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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키치모노10

어떤 연애 소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떤 주부 대상 잡지의 면회실. 편집장 통통한 40대 전후의 신사. 호리카와 야스키치 안 그래도 마른데 편집장이 뚱뚱한 만큼 더 말라 보이는 서른대 전후의――한 마디로는 형용할 수 없는 남자. 하지만 어찌 되었든 신사라 부르기에 주저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편집장 이번엔 저희 잡지사에 소설을 써주시지 않겠습니까? 요즘 들어 독자도 고급화되었는지 종래의 연애 소설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좀 더 깊은 인간성에 뿌리를 둔 진지한 연애 소설을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야스키치 그야 써드리죠. 실은 주부 잡지에 쓰고 싶은 소설이 있습니다. 편집장 그런가요? 그거 다행이군요. 만약 써주신다면 신문에 크게 광고해드리겠습니다. "호리카와 씨가 쓰시는 애완 넘치는 연애 소설"하고요 야스키치 "애완 넘치는"? 하지만.. 2021. 5. 1.
추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눈이 그친 어느 오전이었다. 야스키치는 물리 교관실의 의자에 앉아 스토브의 불을 바라보았다. 스토브의 불은 숨이라도 쉬듯이 노란색으로 불타며 검은 잿먼지를 가라앉게 했다. 실내에 감도는 추위와 싸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야스키치는 문득 지구 밖의 우주적 한냉을 상상하면서, 붉게 탄 석탄에 무언가 동정에 가까운 걸 느꼈다. "호리카와." 야스키치는 스토브 앞에 선 미야모토란 이학사理学士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근시용 안경을 걸친 미야모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콧수염이 옅은 입가에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호리카와, 자네는 여자도 물체라는 걸 알고 있나?" "동물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동물이 아니야, 물체지――이건 나도 고심의 끝에 얼마 전에 발견한 진리야." "호리카와 씨, 미야모.. 2021. 4. 7.
아부부부부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스키치는 꽤나 오랫동안 이 가게의 주인을 알고 지냈다. 꽤나 오랫동안――혹은 그 해군 학교에 부임한 당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성냥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는 작은 장식용 창이 있었고, 창 안에는 대장기를 건 군함 미카사의 모형과, 큐라소 병, 코코아병, 말린 포도캔 따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담배"라 적은 붉은 간판이 나와 있으니 성냥을 팔지 않을 리도 없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며 "성냥 하나 주게나."하고 말했다. 가게 초입에 자리한 높은 계산대 뒤에는 사시를 가진 젊은 남자 하나가 지루하다는 양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남자는 주판을 손에 든 채로 웃어 보이는 법도 없이 대답했다. "이거 가져가시죠. 아쉽게도 성냥이 다 떨어져서요." 가져가라는 .. 2021. 4. 5.
이른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대학생 나카무라는 얄팍한 봄철 오버코트 아래로 자신의 체온을 느끼며 어두컴컴한 돌계단을 올라 박물관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가면 파충류 표본실이 나왔다. 나카무라는 그 안에 들어가기 전에 금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손목시계 바늘은 다행이 아직 두 시를 가리키지 않았다. 의외로 늦지 않았다――나카무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안도하기 보다는 손해를 본 느낌이 들었다. 파충류 표본실은 고요했다. 간수마저 오늘은 걸어 다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희미한 방충제향만이 풍겼다. 나카무라는 실내를 돌아본 후, 심호흡하듯이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커다란 유리 선반 안에서 두터운 썩은 가지를 휘감고 있는 남쪽 나라의 뱀 앞에 섰다. 이 파충류 표본실은 대략 작년 여름부터 미에코와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고 ..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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