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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질 때까지――가레노쇼, 기독교인의 죽음――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떤 한 작품을 쓸 때에는 수많은 경로를 거쳐 만들어질 경우와 곧장 첫 계획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당초엔 흙으로 된 병을 쓰려 했는데, 어느 틈엔가 철로 된 병이 완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당초부터 흙으로 된 병을 쓰려하여 그대로 흙으로 된 병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흙병마저도 덩굴을 감으려 했는데 대나무가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내 작품을 꺼내 보자면 '라쇼몬'은 전자이며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가레노쇼', '기독교인의 죽음'은 후자에 속한다. '가레노쇼'란 소설은 바쇼의 임종에 입회한 제자들, 키카쿠, 쿄라이, 죠소 등의 심정을 그리고 있다. 글을 쓸 적에는 '하나야 일기'라는 바쇼의 임종을 다룬 책이나 시코, 키카쿠가 쓴 임종기 같은 걸 참고하여 바쇼가 죽기 .. 2021. 2. 25.
호랑이 이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2월의 어느 밤. 아버지는 다섯 살 아이 를 품에 안고 같이 코타츠 안에 들어갔다. 아이 아빠, 이야기해줘! 아버지 무슨 이야기? 아이 뭐든지. ……아냐, 호랑이 이야기가 좋아. 아버지 호랑이? 호랑이 이야기는 어려운걸. 아이 싫어, 호랑이 이야기해줘. 아버지 호랑이 이야기라. ……그럼 호랑이 이야기를 해줄까. 옛날에 조선의 나팔수가 술에 취해서 산속에서 쿨쿨 잠에 들었단다. 그런데 얼굴이 젖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떠보니, 어느 틈엔가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꼬리 끝자락에 물을 묻히고 나팔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지. 아이 왜? 아버지 그야 나팔수가 취해 있으니까. 술 냄새가 풍기니까 먹으려 한 거지. 아이 그래서? 아버지 나팔수는 각오를 굳히고 있는 힘껏 호랑이 엉덩이를 향해 나팔을 내질렀단다... 2021. 2. 25.
두 가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번 여름에 내게 야마카타현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야마자키 미사오라는 사람이었다. 이제까지 편지를 받거나 만나보지 못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열어 보니 당신에게 빌려 준 백 엔을 어서 돌려달라,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 글을 읽어보니 내가 센다이에 위치한 하리키우 여관이란 곳에 머물렀을 때, 전보 거래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야마카타는 물론이요 센다이에 간 적도 없다. 당연히 하리키우 여관에 머문 적도 없다. 야마자키란 사람이 보낸 편지에는 내용증명도 동봉되어 있었다. 나도 곧장 내용증명으로 당신을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돈을 빌린 기억은 더더욱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나는 카루이자와에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쿄에서 카루이자와까지 야마자키란.. 2021. 2. 25.
매문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편집자 다음 달에 저희 잡지에 실을만한 글을 써주실 수 있을까요? 작가 어렵습니다. 요즘 들어 몸이 안 좋아 도저히 뭔가를 쓸 상황이 아니에요. 편집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이 사이에 글로 적으면 한 권은 나올 벽창호 같은 문답이 있다. 작가 ――그렇게 됐으니 이번만은 좀 넘어가주시죠. 편집자 곤란하네요. 내용은 상관 없습니다. 한두 장이든 석 장이든 괜찮아요. 선생님 성함만 있으면 됩니다. 작가 그런 걸 실는 건 실수 아닙니까? 독자에게 미안한 건 물론이고 잡지에도 손해만 되겠지요. 양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팔면 무슨 욕을 들을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편집자 아니, 손해 볼 건 없지요. 무명 작가의 작품을 싫을 때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잡지사가 책임을 지지만 유명한 대가의 작품이면.. 2021. 2. 25.
김장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여름 날, 삿갓을 쓴 중 두 사람이 조선 평안남도 용강군 동우리의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단순한 행각승이 아니었다. 사실은 먼 일본에서 조선을 살피러 온 카토 키요마사와 코니시 유키나가였다. 두 사람은 주위를 바라보며 아직 익지 않은 밭 사이를 걸었다. 그러자 길에서 농부의 자제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둥근 돌을 베개 삼아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키요마사는 삿갓 아래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한 꼬맹이로군." 무서운 상관은 두 말 하지 않고 베갯돌을 걷어찼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린아이의 머리는 땅에 떨어지기는 고사하고, 돌이 있던 공간을 베개로 삼더니 여전히 조용히 자고 있지 않은가! "이 꼬맹이는 필시 보통내기가 아니로군." 키요마사는 갈색 법의에 숨겨두었던 계도 자루에.. 2021. 2. 25.
동서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 현대 작가들을 비교한다면, 어떤 게 동양풍과 서양풍을 구분한다고 보십니까. 답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나눈다는 생각은 이해한다. 하지만 서양풍을 조금도 섞지 않는 작품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테면 쿠보 만타로 군은 순수 일본풍 작가로 여겨지는데, 쿠보타 군의 소설에는 프롤로그라는 서양말로 이루어진 제목이 존재한다. 물론 작품 중에도 미타 학문류의 서양풍이 섞여 있다. 비교적 서양풍이 섞이지 않은 작가라면 도쿠다 슈세이 씨 정도 밖에 없지 싶다. 문 카사이 젠조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카사이 젠조 씨도 서양풍이 덜 섞인 작가 중 하나지 싶다. 문 그럼 동양풍 작가의 작품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답 난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양풍이란 서양풍이 섞이지 않았단 뜻이다. 즉 소극적이란 말이다. ..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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