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사토 하루오28

'망춘시집'에 - 사토 하루오 오늘 아침 무로우 군의 편지를 머리맡에 받아서 몸도 일으키지 않고 펼쳐 보니 망춘시집에 서문을 써달라고 한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떤 대화이다. 그건 불과 일주일 전에 나를 찾은 어떤 사람과 내가 나눈 것이다―― "저번에 무로우 씨를 찾아서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직접 시를 칭찬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시를 칭찬하는 건 자기 소설엔 감탄하지 못 했다는 말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런 나쁜 지혜는 선생님이 주신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무로우 군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하지만 기다려달라. 내가 오 월에 그와 만났을 때 '신조'에 오른 그의 신작 시를 칭찬하며 그게 진짜 네 것이다. 네 소설의 전부를 보느니 그 시 중 한 편을 읽는 게 너를 한 층 더 친하게 접하는 일이다――그런 .. 2021. 10. 20.
단편 소설은 왜 부진한가 - 사토 하루오 단편 소설은 왜 부진한가.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사실 그런 현상을 아직 깨닫지 못 했다. 그러나 요즘 잡지에는 소위 중간 소설이란 게 늘어서 이전과 같은 단편 소설은 존재감이 많이 희박해졌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형태의 단편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독자가 단편을 바라지 않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은 여전히 즐겨 읽히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문제를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사실은 있는 듯했다. 저널리스트의 착안에 감탄함과 동시에 자신의 어리석음도 깨달았다. 굳이 자기변호를 하려는 생각은 없으나 나는 사실 현대 문단에 별 흥미도 관심도 없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열중하였다. 요즘 들어선 요 일 년 가량 양산박의 호걸들하고만 살아서 현대 문학과 접촉하는 건 거.. 2021. 10. 17.
추억 - 사토 하루오 20대 시절 모리 오가이 선생님을 대여섯 번 본 적이 있다. 그후 두세 번 육군성 외무국에 교정을 전달할 때에 뵀는데 하나 같이 간단해서 회고록을 적을 만한 자료는 지니고 있지 않다. 그 시절 요사노 텟칸, 이쿠다 쵸코, 나가이 후우 씨가 오가이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나는 선생님의 손자뻘에 해당했다. 그런 연유로 나는 선생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선생님의 문학적 사업을 존경하고 있다. 선생님은 세간에게 깐깐하단 소리를 듣는 걸 싫어하셔서 항상 상대를 갑갑하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는데 내게는 그게 되려 더 갑갑했다. 떠올리면 언젠가 '와레라'라는 잡지의 출판 축하연으로 긴자 오와리쵸 라이온 2층에서 특별히 친근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을 때,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술안주로 나온 큰 메.. 2021. 10. 14.
「세 가지 보물」 서두를 대신하여 - 사토 하루오 다른 세계에 보내는 편지. 아쿠타가와 군. 네가 쓴 훌륭한 서적이 만들어질 거야. 너는 이 책이 나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들었어. 왜 하다못해 이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은 거야. 그리고 왜 여기에 네 펜으로 서문을 적지 않은 거야. 네가 직접 쓰지 않은 탓에 내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문장을 쓰게 되어버렸잖아. 덕분에 나도 곤란해. 네 유족이나 오아나 군이 바라서 쓰고 있지만 내가 네 책을 장식할만한 글을 써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위해 단 하나 공을 올리긴 했어. 이 책의 교정쇄를 읽다 오식 하나를 발견해 수정해뒀거든. 물론 그 공적도 권두에 이런 이야기를 적어 네 아름다운 책을 더럽히는 죄에 비하면 작을지도 몰라. 분하면 뛰쳐나와서 불평이라도 한 마디 해줘. 아니면.. 2021. 6. 13.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