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사토 하루오28

우노 코지 군을 생각한다 - 사토 하루오 21일 오후 11시경, 이미 자리에 누워서 막 잠에 들려던 나는 두 신문사 손에 일어나 우노 군의 타계 소식에 놀랐다. 우노 군이 일 년 전부터 병으로 누운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래 끈기 좋은 장건한 체질이며 이따금 병상에 눕다가도 곧장 기운을 차리는 우노 군도 알고 있었으니 그 재기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상을 찾지 않는 사이에 우노 군을 잃은 내가 단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예술원의 가을 회합에는 반드시 참가하리라 믿고서 신규 회원의 선정 등을 전화로 이야기한 게 한 달 전 일이었던가. 그때도 고용인 이야기로는 병상은 그리 걱정스럽지 않고 단지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이라서 전화도 받기는 받았던 것이다. 목소리도 기운찼고 말하는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 2021. 11. 1.
천성 시인 - 사토 하루오 내게 '시인 바보'란 말이 있다. 시인은 보통 속세 사람으로선 무능력하지만 그 때문에 사람은 순진무구하다. 하늘은 그런 무구함을 보호할 생각으로 시인에게 속세적 재능을 주지 않았단 설이다. "시는 다른 재능이다"란 옛사람의 말도 같은 뜻일까. 이러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으로 나는 항상 무로우 사이세이 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즉 내가 생각하는 천성 시인의 전형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다 말하는 그는 능력이 있네 없네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이란 생활 형태하고는 전혀 동조하지 못하는 야생아이다. 시인의 천직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진 로봇화한 인간 사회에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창조주의 창조 그 자체를 보존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천성 시인은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이 천성 시.. 2021. 10. 31.
나가이 카후 - 사토 하루오 선생님하고는 약 반 세기 가량의 추억이 있어 이미 보잘 것 없는 글도 수천 장 가까이 적었다. 그 결론을 지금 여기에 두 장으로 요약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선생님은 자신을 무뢰한으로 칭했지만 실은 좋은 집안의 가르침을 받은 신사고 그 가르침과 가풍에 반역한게 카후 문학이다. 선생님은 온후하고 둔한 좋은 성품을 지녀 이것을 선생님 자신을 천하의 대작가로 만든 동시에 또 무뢰한을 자칭하고 다닌 건 전적으로 선생님의 이상한 색정 때문이다. 예술이란 결국 정욕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명문가와 호색가 사이에 있는 심리적 혹은 생리적 필연의 관게는 장래에 반드시 연구 발표되리라. 단눈치오의 시문, 레니오의 글, 우리 카후 문학도 그 때의 유력한 증거로 인용되어야 하리라. 색정은 본래 생물이 가진 천성의 가.. 2021. 10. 28.
첫 만남 - 사토 하루오 모년모월모일――이 날자는 당시 그가 보낸 편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시절의 편지는 두 통이나 세 통――전집에도 미수록된 게 보존되어 있다――단지 홋카이도에 있는 동생이 소중히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직도 돌려주지 않는다.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남자는 무엇이든 남의 걸 가지려 드니 곤란하다. 이번 호에도 이 편지의 사본이라도 제공하면 유익할 터인데 화가 나기 시작했다.(이 부분을 발췌해 어리석은 동생에게 보내줄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어느 날, 해는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2월인가 3월 봄의 아직 추운 날이었다. 처음 아쿠타가와를 방문했다. 그전에 두세 번 편지를 주고받은 에구치를 통해 간접으로 교우 관계는 만들어져 있었나 직접 만나는 .. 2021. 10. 26.
문학의 본래 길을 가다 사카구치 안고 선집 - 사토 하루오 사카구치 안고의 문학은 조금 기괴하고 반속적인 부분은 있어도 문학으로선 조금도 병적이지 않고 뛰어난 정신을 품어 우수하지 싶다. 그런 점에서 한없이 퇴폐적이고 그을려진 센티멘털한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보다도 사카구치의 문학 쪽이 더 문학 본래의 길이지 싶다. 사카구치는 어떤 세속적 선입관에도 휘둘리는 법 없이 또렷이 인간을 보았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심리를 꽤나 깊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은 창작뿐만 아니라 잡감수필마저 사로잡히지 않은 견해나 활발한 사람들이 자주 나와 재미있다. 다자이의 문학이 현대 청년이라면 사카구치의 문학은 장래 어른의 문학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는 솔직히 인지의 진보와 발달을 믿고 문학의 상식도 매년 건전한 발달을 이루고 있다 보고 있다. 그러니 일반 독자가 다자이의 .. 2021. 10. 25.
탐정소설소론 - 사토 하루오 탐정소설이란 말은 이제 별로 재밌는 말은 아니다. 누가 좋은 명칭을 붙여줬으면 하지만 이미 탐정 취미란 잡지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으니 잡지를 볼 때마다 내용은 재밌다 싶으면서도 이름에는 조금 복잡해진다. 탐정 취미라니 이름부터 악취미다. 주변에 물어보면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물론 이제와서는 어떻게 바꾸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는 사사로운 일이지만 오늘날 소위 탐정 소설을 쓰는 대부분이 문자에 둔감하다, 그렇게 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별로 민감하진 않은 증거가 되지 않으면 좋겠지 싶다. 그러한 종류의 작품이 가진 재미의 대부분은 문자가 주는 법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나하나의 문자만 재밌으면 내용은 필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탐정 소설은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는가. 그런 촌스.. 2021. 10. 23.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