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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탐정소설소론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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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소설이란 말은 이제 별로 재밌는 말은 아니다. 누가 좋은 명칭을 붙여줬으면 하지만 이미 탐정 취미란 잡지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으니 잡지를 볼 때마다 내용은 재밌다 싶으면서도 이름에는 조금 복잡해진다. 탐정 취미라니 이름부터 악취미다. 주변에 물어보면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물론 이제와서는 어떻게 바꾸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는 사사로운 일이지만 오늘날 소위 탐정 소설을 쓰는 대부분이 문자에 둔감하다, 그렇게 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별로 민감하진 않은 증거가 되지 않으면 좋겠지 싶다.
 그러한 종류의 작품이 가진 재미의 대부분은 문자가 주는 법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나하나의 문자만 재밌으면 내용은 필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탐정 소설은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는가. 그런 촌스러운 질문을 하는 사람도 요즘은 별로 없을지 모르나 또 없을 건 뭔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받지도 않은 질문의 답을 생각해보았는데 그렇게 묻는 왕복엽서가 어디서 날아온다면 대답은 다음과 같다.

 명쾌한 이지의 유희로서.
 분방한 공상의 유희로서.

 정말이지 유희란 좋은 것이다. 유희를 별 볼 일 없는 걸로 치부하는 건 하등한 공리적 정신과 쇠약한 육체의 유감스러운 착각이다.

 나는 요즘 들어 외국 것도 국내 것도 별로 읽지 않으니 분명히 단언은 할 수 없으나 종래의 탐정 소설에는 너무나 특별한 상황뿐이라 일상다반사 속에는 탐정 소설이 없는 모양이다. 그야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나 탐정 소설의 세계에도 자연주의적 세례를 한 번 주고 싶다. 그러면 의외로 새로운 방면이 열릴지도 모른다. 재능 있는 작가는 도전해보라.

 요즘 연작소설이란 이상한 게 유행하고 있다. 슈미트나 본, 슈니츨라라던가 하찮고 무의미한 건 결국 하찮고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렌쿠란 게 있다. 하지만 이건 제각기 별개다. 이건 그 자리에 모이는 사람이 하나하나의 개인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약속 아래서 봉사하는 하나의 단체이다. 그러니 렌쿠란 건 성립한다. 같은 정신과 같은 약속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그러나 탐정 소설에도 연작이 있어도 좋을 테지. 범죄를 저지르는 하나의 작가를 두고 여러 작가가 제각기 떠오르는 방식으로 그 해결을 꾀하는 건 아주 좋은 방식이지 싶다. 아니, 탐정 소설의 경우엔 이래야지 싶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그걸 푸는 사람은 탐정 소설적 사실에서는 항상 다를 터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혜를 짜낸 작은 구멍을 다른 사람이 넘어 내부의 미궁을 훑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처럼 문제도 해결도 홀로 해버리면 그곳에 거짓말이 만들어져 작위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는 탐정 소설에 한해서는 두 명 이상의 작가를 두고 만드는 게 되려 원칙이지 싶다. 그리고 제각기 공상의 종류에 따라 범죄 작가와 탐정 작가가 자연스레 나뉘게 되리라. 이러한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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