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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의 정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벚꽃 비가 그치니 상쾌하네요. 물론 꽃받침은 붉어져 있지만요. 밤나무 저도 슬슬 싹을 피우겠죠. 살짝 갉아 먹힌 싹을요. 대나무 저는 아직 노랗기만 하네요………… 파초 이런 이 녹색 램프, 바람에 뚜껑이 부러질 뻔했는걸. 매화 어째 춥다 했더니 벌써 벌레가 기어오르네. 팔손이 가려운걸, 이 갈색 솜털이 있는 동안엔. 백일홍 무얼, 아직 이른걸요. 저는 보다시피 마른 가지뿐이니까요 무도철쭉 ――상스러운 소리 말거라. 나 같은 건 너무 바빠서 올해는 그만 여느 때와 달리 옅은 보라색을 피우고 말았어. 선인장 제멋대로 하라지. 내 알 바 아냐. 석류 가지 한 쪽에 벼룩이 오른 거 같네요. 이끼 더 잔다고? 돌 응, 조금만 더. 단풍 "어린 단풍 갈색이 되는 일도 쉽지 않다"――정말 쉽지 않네요. 지금은 주위랑.. 2021. 4. 24.
시마키 아카히코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시마키 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올해(다이쇼 15년) 정월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밥을 사토 씨에게 얻어먹고 있었는데, 육도삼략이니 조발성 치매 이야기 따위를 했다. 얻어먹은 장소가 다름이 아니라 도쿄 역 앞의 카게츠였다. 또 사토 씨와 의외로 한산한 간선 열차를 타고 아라라기 출판사로 향했다. 나는 그 전철 안에서 어딘가 중국 소녀에 가까운 한 가녀린 여학생이 홀로 앉아 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출판사로 들어가기 전에 빈병을 산처럼 쌓아놓은 길 좌측에 서서 소변을 보았다. 혹시 몰라 말해두는데,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내가 아니다. 나는 단지 선배인 사이토 씨의 고견에 따랐을 뿐이다. 출판사 아래층의 손님방에는 히라후쿠 씨, 후시자와 씨, 타카타 씨(?), 고금서원의 주인 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 2021. 4. 23.
[리뷰] 문화유산스탬프 투어: 광복궁 기행 동생이 시험이니 뭐니 바쁠 때라 왕왕 동행하곤 합니다. 길치 기질이 있어서 혼자 풀어두면 영 불안할 때가 있어서요. ...라는 건 명분이고 실제로는 그냥 나가 놀기 좋아할 뿐입니다. 겸사겸사 한 끼 얻어 먹기도 하고요. 그런 연유로 종로니 평내니 조금 발발거리며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험은 경복궁 옆에 자리한 학교에서 본다나요.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 단체 관람한 걸 끝으로 가보지 못 했네요. 교보문고 때문에 광화문 광장까지는 갔지만 단지 그뿐. 간만에 구경이나 할까 싶어 쫄래쫄래 따라가 봅니다. 그렇게 도착한 경복궁역. 사실 근방에 오더라도 이쪽엔 와본 적이 없어서 사실상 초행길입니다. 뭔가 거리 광경이 독특하더군요. 오래된 듯한 건물과 지은지 얼마 안 된 거 같은 건물. 한옥 같은 집이나 가게.. 2021. 4. 22.
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어두운 겨울의 오후였다. 나는 요코스카발 이등 객차 구석에 앉아 멍하니 발차 기적을 기다렸다. 벌써 전등의 불이 들어온 객차 안에는 보기 드물게 나 말고는 한 명의 손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밖을 들여다보니 어두운 플랫폼에도 웬일로 배웅하는 인기척마저 끊겨 있었다. 단지 우리에 갇힌 작은 개 한 마리가 이따금 쓸쓸하게 짖을 뿐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당시의 내 심정과 닮아 있는 광경이었다. 내 머리 위에는 말로 못 할 피로와 권태가 마치 눈구름 낀 하늘처럼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로, 그 안에 담겨 있던 석간을 꺼내 볼 기운마저 들지 않았다. 이윽고 발차 기적이 울렸다. 마음이 살짝 안정되는 걸 느끼며 뒤쪽 창틀에 고개를 얹고서, 눈앞의 정차장이 뒤로 .. 2021. 4. 22.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 오오, 신이여. 그대는 우리의 노력을 사 모든 좋은 것으로 베풀어주는가. * 고인을 모방하는 일은 현재 사람을 모방하는 일보다 칭찬 받아 마땅하다. * "삶"으로 "아름다움"은 사멸한다. 하지만 "예술"로는 사멸하지 않는다. * 극상의 힘이 존재하는 감정에 최대의 순교자가 있다. *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려 한다. 우리과 왕성할 때로 돌아가려 한다. 희뫙과 욕망을 보라. 그것은 어찌하여 빛에 꼬이는 나방과 닮아 있는가. 끊임 없는 동경을 품고 항상 새로운 봄과 새로운 여름과 새로운 달과 새로운 해를 기꺼이 바라며, 그 동경하는 모든 게 너무나도 늦게 오는 걸 한탄하는 자는 사실 스스로의 멸망을 동경한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동경이야말로 오원의 정수이자 정신이다. 그것은 육체의 생활.. 2021. 4. 21.
나의 경마 철학 - 키쿠치 칸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건 나의 마권 철학이다. 몇 년 전에도 썼는데 별로 읽히지 않은 듯하여 재록하기로 했다. 하나. 마권은 좌선 수행과 같다. 간단히 깨닫기 어렵고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하나. 구멍을 뚫어 되도록 큰 배당을 얻으려 하는 혈매穴買주의와 배당은 어찌 되었든 이길 마를 찾는 유력주의가 있다. 하나. 똑똑히 유력을 따내고, 불확실한 유력을 쳐내고, 확실한 구멍을 따낸다. 이것이 명인의 영역이나 도달하기 쉽지 않다. 하나. 배당이 낮아지면 사기 싫어하는 혈매주의자가 있는데, 이 또한 마권 구매의 사도이다. 하나. 마권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눈길도 주지 않고 유력에 달려가는 무리가 있는데 이건 유력주의의 사도이다. 다른 말 중 표가 적으면서 배당이 높은 게 누구냐..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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