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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연습 방법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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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얼마 전 지역 신문에 쓴 감상 속에 '신극을 재밌게 하는' 방법으로 쓴 몇몇 항목 중에 '연습은 적어도 두 달은 한다'는 조항이 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어 츠보우치 시코 씨도 P・C란 팜플렛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걸 보았다.

 굉장히 솜씨 좋은 반박인 만큼 내가 이러재러 떠들 이유는 없다. 특히 연출에 관한 흥미로운 한 마디엔 나도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몇 달 전 본지('게키사쿠')에서 '연출에 관해'란 문장을 심어 츠보우치 씨가 생각하시는 걸 다른 각도서 좀 더 딱딱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럼 그런 연출의 문제서 연습 문제로 넘어가야겠다. 하지만 이는 연출을 논하는 것보다 한 층 더 곤난한 일이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내게 '배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 정세는 역시 작가가 연출을 맡고 심리학자가 극평을 하며 번역가가 희곡사를 논하는 지경이 되지 않고선 아무도 이런 일에 나서지 않을 듯하다. 그러니 나는 배우의 연기를 논하고 극단 경영을 논하고 연출가의 저작권을 논하는 걸 굳이 주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습에 관한 내 빈곤한 경험과 과거의 중요한 견문을 토대로 내가 믿는 바를 약간 논해보려고 한다.

 소위 연출법이 연출가의 자질과 재능을 통해 그 근본적 태도를 바꾸는 것처럼 연습 방법 또한 배우의 역량 경험 및 그 기질에 따라 다양하리라.

 하지만 연구 평의상 여기선 조건을 한정지어 일본의 '신극'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배우 중 비교적 소질도 풍부하며 비교적 소질 성장을 이뤘다 여겨지는 약간의 사람을 모아 극단을 결성했음을 가정하며, 그 극단은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필요와 포부 아래에 적어도 한 흥행에 일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올 방침으로 만전의 준비를 다 한다 가정한다.

 작품은 단편극이며 상황에 따라선 개막극을 덧붙인다.

 연출은 원칙적으로 나의 소위 '비평적 연출'에 따른다.(물론 경우에 따라선 각기 배우에 따라 지도적 내지 협의적 방법을 병용하기도 한다.)

 먼저 대본 리딩 연습을 시작한다.

 배역을 발표하고 일주일 동안 대본인 희곡을 전반적으로 연구한다. 각 역할에 따라 필요한 해설 및 각 인물 구성상의 주의사항(모델 선택 방침 또는 직업적 급솬에 따른 관찰 사항을 포함한다)――이 기간은 매일 한 번씩 단체 리딩을 진행한다.

 2주, 3주는 주로 '대사'의 표현 방식.(이 프로그램은 연출가의 목표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4주. 무대에서 연습 개시. 주로 움직임을 연구한다. 하루에 한 막을 연구한다.

 5주. 대사, 표정, 감정, 움직임의 전체적 통일.

 6주. 대사, 표정, 감정, 움직임의 부분적 수정 및 연마. 연출가는 주로 무대의 리듬을 정확히 측정하고 연기 톤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한다.

 7주. 부분적 완성도 향상――특히 중요한 장면, 어려운 장면의 마무리. 미숙한 배우의 특별 지도. 음악 및 음향 효과 확인.

 8주. 화장, 복장, 소도구를 갖추고 무대에서 사용하는 연습.

 8주 느즈막 또는 9주에 무대 연습. 적어도 3회.

 연습 시간은 하루에 3~5 시간. 단 연습 시간만 '연습'하지 않는 건 물론이다. 각 배우는 대사를 외우는 것만 아니라 전날 연습을 통해 도달한 것에 무언가를 덧붙일지 각오하며 연습장에 나올 필요가 있다. 그 덧붙이는 건 연출자가 부여한 걸 기대하는 것 이외에 스스로 무언가 새로운 발견을 이뤄내야만 한다. 이것이 연습의 기본 조건이다. 즉흥과 변덕은 금물이다.

 이 새로운 발견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먼저 '텍스트 이해'임은 두 말할 것도 없으나 그 이해는 교양과 경험에 따라 넓이나 깊이의 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출가나 다른 협력 지도가 더해져 거의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면 그 다음은 그 '인물'의 입체적 구성에 필요한 상상과 관찰에 나서야만 한다. 이게 또 배우의 교양과 경험에 의지하는 바가 크며 심지어 연습 중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점이다. 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머리에 그려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연출가의 비평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배우가 '머리에 그린' 인물이란 게 무대 전체의 톤을 결정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미숙하면서 예술적 천성이 부족한 배우는 늘 그 '인물'을 생동력 없고 전형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도 매력이 없는 인물로서 '머리에 그려' 버린다. 이를 교정하는 건 어떤 연출가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에 재능이 풍부하고 교양이 풍부한 배우는 희곡에 그려진 인물을 가장 정확하고 가장 발랄하고, 심지어 때로는 그 희곡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매력 있는' 인물로서 자신의 머리속에 그려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극이 '재밌어'지는 건 대개 이 비밀에 토대를 두고 있다.

 즉 그런 배우들 뿐이라면 연습은 일주일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현재 일본의 신극 배우 제군은 그 재능과 교양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최소 두 달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하다못해 각본 속 한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연극'이 추구하는 정도로 '매력을 주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오늘까지의 신극은 극중 인물을 '소극적'으로 육체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각본과 배우가 손을 잡고 간신히 무대 위를 걸었을 뿐이다. '재밌는' 연극이란 적어도 배우가 독립해 무대를 활보해야만 한다. 각본이 개개인의 인물을 부수어 배우 안에 융화한 상태에서 비로소 '연극'이 시작된다. 각본은 배우에게 인물 A를 제공한다. 배우는 무대에 인물 A'를 옮겨간다. A와 A'의 사이에는 문학에서 연극으로 관통하는 역사의 경과가 있다. 즉 작가적 공상에서 배우적 공상으로 옮겨가는 것이며 발전하는 일이다. 희곡 재현이란 이런 걸 말한다. 과거의 신격은 필경 무대보다 이 배우적 공상과 그 표현의 자주성을 재촉하는 중요한 감수성을 배제하고 있었다. 연극으로서 재미 없기 마련이다. 동시에 일본 연출가가 늘 배우의 지도자이지 못하고 진정한 배우를 만들지 못한 원인은 연극론적으로 이런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 '배우적 공상'이란 건 본래 새로이 말할 것도 없이 배우 연기를 만드는 근본이며 그 '공상'의 질을 통해 무대의 색조와 품위를 결정짓는 것이다. 가부키에는 가부키 배우적 공상이 있으며 신파에는 신파 배우적 공상이, 코미디언에게는 코미디언적, 가수에게는 가수적인 공상이 존재하며 제각기 연극을 여러 의미서 '재밌게' 만드나 한편으로 운명적으로 무대를 전통과 인습과 악취미에 사로 잡히게 한다. 신극 성장을 위해선 먼저 '신극 배우적 공상'의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 오늘날의 연습은 평생의 수업과 별개로 이 한 점에 연구 숙련의 중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 연출가 또한 현재에 이르러선 배우 상호의 유기적 관계를 통일 규정하는 동시에 나서서 인물 구성에 문학적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배우의 '공상'을 확대시켜 그 감수성을 조장하기 위해 갖은 암시와 편달을 줄 준비를 해야만 한다.

 이상과 같으니 두 달은 순식간에 지나가리라.(193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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