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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토나리쿠미쵸로서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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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번에 토나리구미쵸 역할에 나서게 됐다. 나서게 됐다는 건 딱히 선거 같은 게 이뤄진 게 아니며 주위가 나보고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나 요즘 들어 모임을 보며 나 자신이 이 역할을 받아들이는 게 낫겠지 싶었기 때문이다.(점심 동안 집에서 한가하게 보내는 게 나뿐인 것도 이유 중 하나였으나.)

 과거에 나는 지금 정치가 당면한 문제 특히 전쟁 경과에 따라 서둘러 해결해야만 하는 사항의 처치에 몰두하여 국가 백 년의 기획을 세우고 있단 점에 별로 주목하지 못하였고 위정자 또한 입으로는 원대한 이상을 논하면서도 실제 정치 실행에 이르러선 말하자면 눈앞의 일에 쫓겨 국민의 지도라 해도 곧장 결과로 나타나는 요구만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민으로서 개별적으로 국책에 협력하는 건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그에 따라 이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신념을 굳게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생활이 오늘날 지도자의 지도를 따를 뿐으로 과연 일본인으로서 자랑할 만한 생활까지 쌓고 있는지를 크게 의심하고 있다.

 그 후엔 개개인의 마음가짐에 있다면 나는 그런 무책임한 지도는 사양하고 싶다. 국민은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 지도는 국가의 이상 표현을 목표로 이뤄줘야 하며 급한 일이라는 구실로 일본인의 생활을 정신적으로 고갈시켜서는 진정으로 일이 커지고 만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마을 모임에 참석하여 당국의 열성적인 태도에 감복했으나 이 전달 사항과 지도 요점이 모조리 사무적인 문제뿐이며 간신히 마을 회원의 생활 상황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항이 제시되었을 뿐으로 소위 '건설적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한 모임의 공기는 나로선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귀찮은 논리는 늘어놓지 않더라도 마을 안 사업이든 운동이든 부디 '마을의 향토화', 나아가서는 '향토의 이상화' 정신이 편린만이라도 보이길 바란다.

 그러한 목표가 저절로 마을 모임에 드러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토나리구미의 가족'화는 어려우리라. 가령 가능하더라도 그건 우연이며 그 가족화는 이윽고 예로부터 이어진 가족 지상주의에 빠지게 되리라.

 오늘 아침 신문에 따르면 도쿄뿐일지 모르지만 새로운 마을 모임에 부가 만들어져 사무 분담이 정해진 듯하다. 그것도 좋다 보지만 종합적인 생활 향상의 정치적 배려가 어디에 가해지는가를 나는 알 수 없다. 내 생각을 전하면 마을 모임에는 소비 경제 위원회란 게 만들어질 테니 그와 동시에 '생활 문화' 내지 '후생문화' 위원회 같은 걸 두었으면 한다.

 나는 토나리구미쵸로서 부조장 외에 다음과 같은 계통을 만들어 이를 부탁하기로 했다. 나는 주재 넘지만 내년을 생각하여 역할을 맡기고 싶다.

배급계(이것만은 매달 담당을 바꾼다.)

출납계(회비, 저축, 국공 기부, 그 이외의 회계 사무)

인사계(인사이동, 경조, 출정입궁귀환, 환자 등을 관리하는 사무)

물자 활용계(폐품 이용, 회수 교환 등)

생활 훈련계(단련, 교양, 오락 및 청소년 토나리구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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