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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신극과 딸 쿄우코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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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게키단분카쿠자에 제적은 두고 있으나 신극 여배우의 병아리에 지나지 않는 차녀 쿄우코 이야기로 무언가 쓰라는 주문을 받았다.

 나는 본래 자기 자신을 두고 이야기하는 취향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니 설령 어떤 입장이라도 딸을 논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본지 편집자가 내게 그런 문장을 쓰게 하려는 의도도 모르지는 않는다.

 또 내가 오늘까지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받은 질문 내용과 일치해 있는 걸 보면 세간의 호기심도 별격으로 느껴지니 이 참에 나서서 자신의 딸을 배우로 키운 결심과 그 심경을 솔직히 이야기하려 한다.

 

 

 이십 년 전에 나는 일본의 새로운 연극을 키우고 싶단 생각에 그 방법 중 하나로 프랑스 연극을 연구하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 연극은 무엇보다 시대의 문학과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점, 그 다음으로 새로운 연극 즉 '근대극'은 근대적 교양을 익힌 배우를 통해 연기되어야 한단 걸 발견했다.

 그 후로 나는 몇몇 선배와 친구의 뒤를 쫓아 빈곤한 재능에 채찍질 해가며 희곡을 쓰고 연출을 맡고 배우의 지도 양성에 노력을 해왔다. '신극'은 아직 앞날이 멈에도 불구하고 내 여명은 길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했다.

 그런 상황에서 딸 하나가 우연찮게 신극에 관심을 가지고 이 어려운 길에 나아가고 싶단 희망을 전했다. 꼭 배우로서의 자질이 우수하다곤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소위 화려한 직업으로서 '신극 배우'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란 건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럼 그녀의 수행에 나도 힘을 빌려줄 수 있겠다고 믿었다.

 

 

 만에 하나 그런 기회가 있었다 해도 지나치게 화려한 데뷔는 반드시 피할것. 그게 아버지로서 내가 가진 염원이다.

 분카쿠자의 상담역 중 한 명인 나는 딸을 분카쿠자에 둔 이상 연극에 한해선 모두 분카쿠자 제일주의이다.

 딸은 언젠가 분명 업무상으론 아버지의 존재를 저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내 죄가 아니기를 지금은 기도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현재 여러 사정상 따로 살고 있으나 그게 그녀를 위해 좋은 일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이삼일 전 밤도 라디오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었다. 타나카 스미에 씨의 라디오 드라마 '여자의 시간'이며 쿄우코의 결점이 용서 없이 드러난 듯한 배역이라 나는 조마조마할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미숙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한 일이다.

 착실히 공부해 어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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