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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소극장 기념공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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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 작품, 츠보우치 쇼요 박사 번역 '햄릿' 오막 20장의 연출이다.

 팸플릿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햄릿극의 전곡 상연은 셰익스피어의 시대가 간 후로 세계 무대에서 온전히 상연된 적이 없다고 한다. 5막 20장의 전장면 전풍경을 노컷으로 상연하는 우리의 의도란 요컨대 연극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한 현재 연극 의식에 따른 연극 가치의 재인식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구태여 주역 햄릿이란 인물의 개인적인 입장에 편중되지 않고 갖은 장면의 극적 요소를 집대성해 '햄릿'극이 가진 넓이, 깊이, 재미를 내면적으로 드러내려 노력한 점에 특색을 지닌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이 다시 평가될 때 셰익스피어의 온전한 상연을 하는 것이 우리 신극 부흥에 커다란 박차를 가하리라 굳게 믿는다'……

 연출자 쿠메 마사오 씨는 본래 영문학 전공자이며 그중에서도 '햄릿' 연구에 관해선 자타 공인 제일가는 식견을 가진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공부가 됐지 싶지만 이 공연을 보면서 가장 알아둬야 하는 건 누가 이를 떠올리고 어떤 범위서 사람을 모아 어떠한 방법으로 준비했는가에 있다. 바꿔 말하자면 가능 불가능을 생각할 여지마저 없으며 이를 하자고 정하고서 어찌 됐든 가능한 걸 전부 해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그 근본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여기선 무익한 일이다. 단지 '햄릿'이 가진 소위 '연극 가치'나 '셰익스피어의 위대함' 모두 이를 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중요한 게 빠져 있으며 이 대부분의 요인을 차지하는 게 배우의 육체적 조건, 문학적 교향, 그중에서도 대하에 관한 감각적 훈련의 차이에 있으리라.

 하지만 반대로 이 공연의 의의를 다른 데서 찾자면 츠키지 개축을 기념하는 의식적 공연으로 충분히 화려하기도 하며 극장 선전에도 가장 시의적절하고, 그런 데다 실제로 보면 일반적으론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점도 물론 존재하나 총체적으로 진지한 당사자 일당의 오락미를 빌어 이 무대가 전문가에게 여러 문제를 제공하는 한편 대중에겐 보기 드물며 굉장한 스펙터클함을 주는데 성공했다는 데 있다.

 가감 없이 말하자면 현대에서 셰익스피어극의 진정한 매력을 극장에서 추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서양에서마저 그렇다. 이를테면 '햄릿'의 소위 '연극 가치'가 재인식되기 전에 소위 '현대 연극 의식'이란 걸 다시 비판할 필요가 생기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논할 자격이 오늘날 우리에게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로 극동의 '햄릿' 연출사에는 바람직한 일이리라.(193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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