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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신극의 위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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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재난 후 대두된 신극 운동의 눈부신 기운은 내가 보기에 별로 순조로운 거 같진 않다. 그건 '이어지곤 있지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다'는 뜻이다.

 하기사 고작 이삼 년만에 눈에 띄는 진보를 보일 리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다면 '나아가려는' 기척마저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는가.

 나는 신극의 무대적 완성이 반드시 확고한 경제적 기반 위에 쌓여야 한다는 논의엔 찬동할 수 없다. 또 어떤 종류의 사람들의 열의에서만 만들어진다곤 믿지 않는다. 하물며 희곡의 내용이나 감독술의 경향이 무대를 좌우한다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한 시대의 문운이 한 명의 천재 작가의 출현으로 화려한 빛을 내뿜는 것처럼 현대 일본의 신극은 한 명의――그렇게 말하면 병폐도 있겠으나――적어도 몇 명의 배우, 진정한 배우 다운 배우의 탄생으로 결정적으로 '새로운 매력'을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에게 필요한 건 재능만이 아니라 재능을 살리는 '그릇'이다. 그들이 '배우 수업'에서 잘못된 길에 든다면 그 재능은 허무하게 고갈될 뿐이다.

 왜 그들은 '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가. 왜 그들은 '걷는 게' 부족한가. 왜 그들은 '듣는 데' 태만한가. 왜 그들은 '말의 가치'에 둔감한가. 왜 그들은 대사를 '느끼지' 않는가. 왜 그들은 스스로 인물을 '만들지' 않는가. 왜 그들은 무대의 시와 플라스틱에 기초적 개념마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왜 그들은 아아, 성가시다. 왜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가!

 나는 자신이 일개 극작가란 입장을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불손함의 죄를 면하지 못하리라.

 또 나는 자신이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현재 성실하고 열심히 그 길의 연구를 거듭하는 일부 신극 극단을 향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되려 세간이 소위 현재의 신극에 주고 있는 일종의 비옷음을 받아치고 싶다. "왜 제군은 신극 배우가 가려는 길을 막고 있는가"하고서. 이렇게 반문해도 어차피 그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다.

 신극 배우 양성이라는 사업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심지어 그 결과는 하늘 아래에 꽃과 풀을 심는 것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늘이여, 신극의 위기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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