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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지크프리드에 대해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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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로두의 희곡은 그 소재도 발상도 특히 그 문체의 독특한 분위기도 그렇고 그야말로 현대 프랑스 극단에 불어 온 말 그대로의 신풍이다.
 그건 무엇보다 현대를 호흡하는 생활인의 사상이자 감각이다. 19세기적 분석의 잔해를 던져 버리고 간명직절히 원칙을 파악하는 기민한 두뇌를 먼저 느끼게 한다. 그의 리얼리즘이야말로 '대전 후' 그 자체이며 민족 전통과 국제 이념이 교착하는 가운데 가장 곤란한 문학적 입장서 가볍게 또 당당히 현실 플러스 판타지 세계를 전개하는 얄미울 정도의 재능인이다.
 이번에 번역되는 '지크프리드'는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친숙한 내용을 하고 있단 점에서 역자의 선택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는 동시에 그 역필 또한 원작을 아는 입장에선 되려 고심의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역자 키노시타 쿠마오 군은 파리 주재 중 이 작품 상연을 여섯 번이나 본 덕에 번역의 밑바탕은 진작 완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럴만 하지 싶었다.
 단지 그런 작품이 일본에서 상연된다 하면 나는 힘이 빠진다. 현대 국제인의 형태는 우리 배우진에게 가장 부족한 점 중 하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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