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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by noh0058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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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엇갈림

 

 아쉽게도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작품은 플레이해 본 게 없다. 기종 탓도 있을 테고 장르 탓도 있지 싶다. 그의 게임은 닌텐도 기종을 잘 찾지 않고, 나도 잠입 액션 계열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데스 스트랜딩>의 컨셉을 듣고 특이하네, 재밌겠다 생각한 정도이다.

 책은 코지마 감독이 각 문화 작품들을 접하고 떠오른 생각과 감개를 한데 모음 작품이다. 당대에 잡지에서 연재된 기고문의 모음집이라나. 책, 영화, 노래, 게임 등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책은 아는 게 많을수록 즐거워진다. 소감을 보고 나도 그렇게 느꼈어, 아냐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하는 감각을 많이 느낄수록 그렇다. 한편 코지마 감독의 작품이 각 작품의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 포인트 중 하나이리라.

 그런 면에선 좀 아쉽기도 하다. 내 공부가 짧고 특히 SF 장르에 친숙하지 못해 내용을 온전히 음미하지 못했다. 그나마 꽤나 오래된 글(07년에서 11년 사이의 글을 모아놓았다)임에도 불구하고 <데스 스트랜딩>의 컨셉이 코지마 감독의 어떤 경험과 감정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던 것 정도일까. 창작자가 한 번 품은 감정은 어떤 수단으로든 빛을 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개인적인 감개야 어찌 되었든, 코지마 감독의 게임을 좋아하고 그와 같은 취향(SF와 미스터리)을 가진 사람에게는 강력히 추천해도 좋은 책이지 싶다. 또 완벽히 맞지는 않아도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어떻게 접하고 다루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또, 부록으로 짧게나마 호시노 겐과 코지마 감독의 대담도 담겨 있으니 그쪽도 체크해 보면 좋겠다. 나도 가능하다면 그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더 많은 책과 작품을 접한 뒤에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은 책이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고독하지만 연결되어 있다.
그런 감각이 어린 시절부터 외로웠던 나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MEME이 이어주는 것, 9p

고찰점: <데스 스트랜딩>의 컨셉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단순히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제작자의 삶과 경험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가능하면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에세이들이 출간되길 바라는 바이다.

 

지금도 서점은 세상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NHK의 아침 드라마에 관심이 없더라도 관련된 책이 여러 종류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 저 드라마가 시청률이 좋은가 보다'라고 상상할 수 있고, 모르는 배우의 사진집이 평대에 진열되어 있으면 '지금은 이 사람이 인기가 있구나'하고 알 수 있다. 스포츠, 실용서, 비즈니스 서적, 그리고 만화 코너까지 한 바퀴를 돌아보면 세상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MEME이 이어주는 것, 12p

고찰점: 재미난 관점이지 싶었다. 개인적으로 마트를 둘러보는 걸 좋아하는데, 엇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 싶었다. 가장 가까운 사례를 들자면 포켓몬이다. 완구 코너에서도 포켓몬 완구의 비중이 부쩍 늘었다. 서점 코너에서는 포켓몬 컬러링북과 포켓몬은 아니지만 '띠부띠부씰' 아동책이 늘었다. 포켓몬 카드가 인기라서 그런지 시리얼 코너에서 포켓몬 카드와 콜라보 한 칙촉만이 물량이 빠져 있었다. 서점이나 여타 상점가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재능 부족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걱정과 애쓰지 않으려는 태만이 나의 전부였다. 나보다도 훨씬 빈약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온 힘을 다해 갈고닦아 당당하게 시인이 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MEME이 이어주는 것, 58p

고찰점: 이는 코지마 감독의 글은 아니다. 나카지마 아츠시의 '산월기'라는 책에 담긴 한 구절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마음에 들은 문구였기에 기록해둔다. 책을 통해 다른 책을 알아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책 안의 코지마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 또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겠지. 특히 다행인 것은 이 책은 아오조라문고에서도 공개 중인 작품이란 점이다. 언제 한 번 진득이 읽어봐야겠다.

 

그렇다. 서양도 동양도 일본도 아니다. 나는 코지마 히데오다. 내가 만드는 게임이 국경이나 문화의 틀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때문에 '세계의 코지마'라고 불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딱지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세계, '코지마 히데오'의 세계를 들면 된다.
MEME이 이어주는 것, 76p

고찰점: 가장 개인 다운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도 인용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다. 거장들의 사고방식은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구나, 싶었다. 확실히 세상에 완벽히 공통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창작자라도 좋아하는 장르, 영화, 책, 노래 따위가 갈린다. 설령 공통분모는 많아도 무언가 하나는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만들어지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리라.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고 발산하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전략) '윌리를 찾아라'는 찾는 대상이 되는 '정답 그림'이 준비되어 있는 다른 그림 찾기와 비슷한 게임 책이다. 그에 비해 '너도 보이니?'는 그림이 아닌 '말'만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개구리'. 어떤 '개구리'일까? 색은? 크기는? 장난감일까? 그림일까? 그런 것을 연상하면서 모든 '개구리'를 찾을 때까지 그림책 속을 헤맨다.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굳어진 '개구리'에 대한 이미지가 있으면 찾지 못하기도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거기에 있는 '개구리'를 찾아내는 것이 '너도 보이니?' 특유의 재미다.
MEME이 이어주는 것, 100p

고찰점: 확실히 재밌는 컨셉이지 싶었다. 특히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든다. 어릴 적부터 정해진 정답만을 강요해서는 꽉 막힌 사람이 만들어지고 만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경험한 바이다. 이런 책이 더욱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나도 언제 한 번 구해봐야겠다.

 

'가면라이더'는 우리들의 히어로였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부모와 자식 2세대에 걸친 히어로'이기도 하다. 나와 아들은 각자 맡겨진 색이 다른 배턴을 서로 보여주면서 미래를 향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MEME이 이어주는 것, 151p

고찰점: 장수 시리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전에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부모님과 보러 간 적이 있다. <007> 시리즈는 처음이라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한때였다. 부모님께 듣는 과거의 <007>과 지금 함께 보는 <007>은 우리 두 세대를 확실히 이어주고 있었다.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아쉽게도 <가면라이더 지오> 이후로 발길을 끊은 상태이다. 단지 조금씩 소식만 챙겨 듣고 있다. <신 가면라이더>는 기대작 중에 하나이다. 가면라이더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언젠가 내가 자식이나 조카 등과 가면라이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밖에 없다. 세계는 결국 '가족'의 집합체 콜로니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좋아했던 것, 206p

고찰점: 요즘 재밌게 보는 <스파이 패밀리>가 떠올랐다. 가정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 가정의 위협은 곧 세계의 위협. 확실히 전쟁이나 질병 등으로 세계가 흔들릴 때면 가정들도 따라 흔들리고 만다. 또 각 가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결국 모두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때도 많다. 쉽게 하는 말인 듯해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면 좋은 일이지 싶다.

 

나는 이야기에 담긴 MEME의 힘을 믿는다. 그것은 사람과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하고 남기고 싶다.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것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세계와 시대를 연결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창작하는 유전자'가 되어 아무도 체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마치며, p290

고찰점: 코지마 감독을 MEME을 ME+ME 사이의 유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말했다. 이는 누구나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존재하는 뜻처럼 들린다. 누군가는 책이고, 누군가는 음악이고, 누군가는 생산이고, 누군가는 직업이고, 하다못해 어린아이라도 학교서 집에 돌아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 그게 MEME이 되리라. 감독이 말하는 '창작하는 유전자'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걸 자각하느냐의 문제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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