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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 여자 없는 남자들

by noh0058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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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이래저래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는데, 이 책을 집은 건 순순히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기 전에 미리 봐두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미루는 사이에 영화가 개봉을 해버렸고, 또 그 영화 시청도 여러모로 밀리는 사이에 극장에서 내려버렸다. 언젠가 OTT로 봐야겠네 하고 마음을 놓고 나서야 책을 읽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곧잘 읽는 편이다. 장편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천천히 발매순을 쫓고 있다. 단편은 신간으로 보이거나 눈에 밟힐 때 읽는다. 하루키 소설은 장편이나 단편이나 한결 같은 느낌이라 좋다. 오히려 장편보다 가볍게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단 면에서 단편이 더 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기억에 남는 단편은 많지 않았다. 혹은 없다고 해도 좋을 거 같다. 장편은 <댄스댄스댄스>나 <세계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등이 기억에 남고(전자는 템포와 주제가, 후자는 구성이 좋았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단편 중엔 썩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자 없는 남자들> 덕에 좋아하는 단편도 생겼다. 아니, 혹은 장단편을 아울러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만난 거 같기도 하다.

 물론 표제이기도 한 <여자 없는 남자들>은 아니다. 되려 뒤에 있는 것치곤 제일 인상이 얕았다. 단편집에 흔히 있는 일이긴 하다. 가장 마음에 든 건 <셰에라자드>였다. 지금도 책갈피를 따로 꽂아 언제라도 다시 읽을 수 있게 해둔 상태다.

 반 친구의 연필 끝자락을 핥는 소녀와 지금 주인공과 성교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 셰에라자드. 그 사이의 미싱링크와 좀 더 앞뒤가 존재할 듯한 주인공의 합치.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 세에라자드 덕에 생긴 주인공의 미싱링크. 그러한 요소가 우리의 인생 속 비연속성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전체에 담긴, 혹은 내가 담겼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인생에 대항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본다. 하루키 소설에선 (현실성의 정도 차이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의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또 그런 기이한 일을 받아 들이든, 내려놓든, 내치든 인생의 일부가 되어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낸다.

 물론 이는 소설 주인공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우리도 크건 작건 모종의 기이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세예라자드처럼 뻥 뚫린 듯한 미싱링크가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를 하그 보면 지금의 인상과 전혀 다른 경험 따위를 듣곤 하지 않던가.

 우리는 어떤 경험이 우리 자신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지 모른다. 때로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고, 다 지난 후에야 마치 남일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다. 살아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 <세예라자드>, <기노> 등을 위해서라도 이 소설을 추천하는 바이다. 영화판 <드라이브 마이 카>도 평가가 좋은 듯하니 챙겨 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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