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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용모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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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내 얼굴이 또 한 층 커진 듯하다. 원래도 작은 얼굴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한 층 더 커졌다. 미남이란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잘 모여 있는 사람을 말한다. 얼굴이 아주 큰 미남은 별로 사례가 없는 거 같다. 상상하기도 어렵다. 얼굴이 큰 사람은 모든 걸 순순히 체념하고 '훌륭하다', '장엄하다', '보기 좋다' 같은 말을 마음에 새겨둘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하마구치 오사치 씨는 얼굴이 굉장히 큰 사람이었다. 역시 미남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기 좋았다. 장엄하기도 했다. 용모를 위해 조용히 수양한 적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이렇게 된 이상 하마구치 씨처럼 되도록 수양할 수밖에 없지 싶다.
 얼굴이 커지면 어지간히 조심하지 않는 이상 남들이 오만하다 오해한다. 사람을 내려다 보는 거냐고 뭐 하는 녀석이냐고 생각지 못 한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얼마 전에 신주쿠의 한 가게를 찾아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더니 한 여자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옆에 다가와서,
 "당신은 다락방 철학자 같네. 바보 같이 건방 떨고 있는데 여자한테는 인기 없겠어. 허투루 예술가 행세해본들 의미 없어. 꿈은 버리시지. 노래하지 못 하는 시인 말야. 그래, 그렇네. 당신은 건방져. 이런 곳에 오려면 먼저 치과 의사부터 찾지 그래."하고 지독한 말을 했다. 내 이빨이 너덜너덜하게 빠져 있었던 탓이다. 나는 대답하기 곤란해져 계산을 부탁했다. 그로부터 대여섯 날은 외출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집에서 책이나 읽었다.
 코가 붉어지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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