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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발소리' 서장을 대신하여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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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드라마란 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 나도 두세 번 시도했으나 끝내 던져버렸다 .인간과 기계의 미묘한 협력 혹은 투쟁이 청각을 통해 극적 아름다움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한 자만이 진정으로 우수한 라디오 드라마 제작자가 되리라 본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제각기 다른 오감에 구별과 한계를 인정하고 있으나 라디오란 기계 설비 앞에선 귀만이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축이 된다. 귀로 듣는 소리가 소위 거짓된 감각이라 해도 좋을 환상의 세계에 끝을 모르는 시공을 담은 채 그려낸다.
 우치무라 군의 작품은 이런 원리를 기묘하고 또 정확히 살렸단 점에서는 아마 몇 안 되는 부류일지 모르나 그런 기술적인 일면만으론 이야기의 생명을 항상 받쳐줄 수 없다. 그 수많은 작품서 보이는 감동의 아름다움은 작가의 솔직한 인간성과 견실한 심리풍경의 디자인이 밑바탕 되어 있다 여겨진다. 라디오 드라마가 문학의 한 장르라 주장할 수 있는 수준이 여기에 있다.
 극작가 우치무라 나오야는 정통적인 리얼리스트로 출발했으나 라디오 드라마 영역에서 일찍부터 그 판타지를 구사하는 비밀을 찾기 시작했다. 상상 유희란 예로부터 정신과 형식의 고정화를 벗어나기 위한 예술가의 보도宝刀와 같다.

 나는 이 작가의 성장이 어쩐지 라디오 문명의 발달과 그 걸음을 함께하여 적어도 우리 나라의 첫 텔레비전 드라마의 작가가 될 운명을 짊어지고 있을 것 같다. 이 예언은 맞아도 좋고 맞지 않아도 좋다. 단지 나는 그 귀환 병사의 아들이 쓴 '발소리'가 한 어머니의 귀에 만인의 가슴을 두드릴 사랑의 울림을 전한 것처럼 작가 본인의 '발소리' 또한 천하가 크게 귀를 기울이게 하여 더욱 그립고 밝게 개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천구백사십 구 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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