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즈나 미나노가와가 우리집 근처에 살고 있다. 요컨대 나란히 미타카쵸 시모렌쟈쿠의 주민인 셈이다. 나는 스모를 조금도 알지 못하나 그래도 요코즈나 미나노가와의 이야기는 이따금 듣고 있다. 듣기로는 미나노가와는 덩치에 관한 질문을 무엇보다도 두려워 하는 듯하다. 또 자신의 실제 키보다도 조금 줄여 말하는 듯하다. 요컨대 거한인 자신을 증오하는 셈이다. 자기혐오, 수줍음, 묵언. 그런 경우겠지.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역 앞의 주점에 배달을 갔다 주점 아주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다. 역시나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 우편국에 가서 창구를 실수하여 온 얼굴로 땀을 벌벌 흘리며 웃지도 않고 그저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미나노가와의 모습을 보고 항상 대단한 사람이지 싶다. 어지간히도 된 사람이다. 반드시 성실한 남자겠지.
들리는 바에 따르면 미나노가와는 굉장히 약한 스모 선수라 한다. 지기만 한다는 듯하다. 앞으로 스모를 관둘 생각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에도 감복하고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그의 자전기를 읽었는데 그 문장은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 왈 "나는 요코즈나 답게 강한 점을 보이려 왼팔을 크게 휘둘러 상대를 던져버리려 했는데 상대가 너무 작아 내 팔이 허무하게 상대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는 내 힘에 비틀거려 자신의 허리에 패해버렸다. 요코즈나란 게 쉽지 않다."
우자에몬의 사생활도 써보고 싶다. 아침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재밌겠지 싶다. 제목은 "귤"이지마는. 나는 미나노가와의 소설도 우자에몬의 이야기도 평생 쓸 일이 없으리라. 어떤 종류의 작가란 진짜 쓸 생각인 소설을 미리 광고하는 일은 피하곤 한다. 쓰지 않을 소설이기에 더욱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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