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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그 날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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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지금으로부터 사 년 전의 일이다. 내가 이토 미시마의 지인 집 2층에서 여름을 보내며 로마네스크란 소설을 쓸 적의 이야기다. 어느 밤, 술에 취해 자전거를 끌다 다쳤다. 오른발 복사뼈 위쪽이 찢어졌다. 상처는 깊지 않았으나 술 탓에 출혈이 굉장히 심해 황급히 의사에게 달려갔다. 마을의 의사는 서른두 살쯤 되어 보이는 몸집이 큰 사람으로 사이고 타카모리와 닮아 있었다. 굉장히 취해 있었다. 나와 엇비슷할 정도로 비틀비틀 진찰실에 나타난 통에 나는 우스웠다. 치료를 받으면서 쿡쿡 웃어버렸다. 그러자 의사도 쿡쿡 웃었고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둘이 목소리를 맞추어 크게 웃었다.
 그 밤부터 우리는 친해졌다. 의사는 문학보다 철학을 좋아했다. 나도 그쪽을 이야기하는 게 마음이 편해 말이 잘 통했다. 의사의 세계관은 원시 이원론이라 해도 좋아서 세상의 모든 모습을 선과 악의 싸움으로 보아 꽤나 거침이 없었다. 나는 사랑이란 단일신을 믿고 싶어 속내에 담아두었으나 그럼에도 의사의 선악설을 들으면 울적했던 가슴속이 상쾌해지는 걸 느꼈다. 이를테면 밤중에 찾은 나를 환영하는데 곧장 아내에게 맥주를 가져오라 명하는 자신은 선인이고 오늘 밤은 맥주가 아니라 브릿지(트럼프 놀이의 일종) 하시죠 하고 웃으며 항의하는 아내는 악인이다. 의사의 그런 예시에는 나도 순순히 찬성했다. 아내분은 몸집이 작고 볼살이 많으며 코가 낮았으나 색이 하얗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자제는 없었으나 아내분의 동생이며 누마즈의 상업 학교에 다닌다는 얌전한 소년 한 명이 이 층에 있었다.  "
 의사의 집은 다섯 종류의 신문을 받아 보아서 나도 그걸 읽기 위해 거의 매일 아침 산책 도중에 들러 삼십 분에서 한 시간가량 실례를 했다. 뒷문에서 돌아 바깥 복도에 앉아 아내분이 가져온 차가운 밀차를 마시며 바람에 팔랑이는 신문을 한 손으로 붙든 채 읽는데 바깥 복도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초원 사이를 물량이 많은 작은 강이 졸졸 흐르고 그 강을 따라 난 작은 길을 자전거로 지나는 우유배달 청년이 매일 아침마다 반드시 안녕하세요 하고 내게 인사를 한다. 그 시각에 약을 가지러 오는 젊은 여자도 있었다. 단출한 옷에 게다를 신은 청결한 느낌의 사람으로 의사와 진찰실에서 곧장 웃고는 했다. 또 때로는 의사가 현관까지 직접 배웅하며
 "사모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하고 큰소리로 혼을 냈다.
 아내분이 어느 날 내게 그 뒷사정을 들려주셨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아내분으로 삼 년 전에 폐가 안 좋아졌고 요즘 들어 많이 좋아졌다. 의사는 그 젊은 사모님한테 지금이 중요하다며 몇 번이나 강조했다. 아내분은 의사가 말한 규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럼에도 이따금 약해질 때가 있다. 의사는 그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모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하고 혼을 내는 모양이다.
 팔 월 느즈막, 나는 아름다운 걸 보았다. 아침에 의사의 집에서 신문을 읽고 있자니 내 옆에 앉은 아내분이
 "어머, 기뻐하는 거 봐요"하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의 작은 길서 간편복을 입은 청결한 모습이 뜀박질하듯 걷고 있었다. 하얀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며.
 "오늘 아침에 괜찮단 말을 들었다나 봐요." 아내분은 다시 속삭였다.
 삼 년. 말은 쉽지만――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 여자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기억된다. 그건 의사의 아내분이 그렇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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