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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

by noh0058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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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누구나 한 번 쯤은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한다. 나도 한 번은 무언가에 꽂힌 듯이 드로잉 책 같은 걸 사보고는 했다. 물론 안에 있는 이쁜 일러스트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굳이 말해보자면 리요나 우등생, 모리 키노코 같은 2등신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었다. 지금은 마음에만 담아둔 채 펜 한 번 드는 일이 없지마는.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이다. 만화를 다시 그려보고 싶어진 건 아니었다. 좋은 책이란 이야기를 익히 들었고, 이전 번에 읽은 책에서도 소개되었기에 한 번 들어 보았다. 확실히 여타 만화 작법서하고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오래된 탓도 있겠지만──그림보다 글이 많다.

 또 대부분의 이야기가 '해라'가 아닌 '해보면 어떨까' 정도에 머물고 있다. 프로를 상정한 내용도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그마저도 너무 오래된 내용이라 현대엔 별로 도움은 되지 않을 듯하다. 결론적으로는 그림 설명이 많이 가미됨 마음가짐 지침서(?) 정도로 읽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만화란 결국 낙서다, 란 말이었다. 이 책은 결코 프로를 위한 책이 아니다. 단지 누구나 한 번쯤은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하고 또 한 번쯤은 그려 볼 필요가 생긴다 생각한 작가의 자그마한 응원 같은 책이다.

 이는 물론 만화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지 싶다. 표현이란 게 다 그렇다. 나는 예술이란 누군가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글도 음악도 미술도 누가 보지 않더라도 단지 표현으로서 완성되는 것만으로도(물론 직업으로서 하는 경우라면 예외지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 안 되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스터베이션이라도 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당장 필요로 하지 않아도 언젠가 한 번 읽어두면 좋을 책이라 믿는다. 언젠가 그리게 될 낙서 하나가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니까.

 여담이지만 막상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나 작품은 접한 게 없다. 심지어 리메이크마저 그렇다. 나가이 고 같은 경우는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나(이쪽은 원작도 구매를 고려 중이다.) <마징가 Z: 충격 Z편> 등의 리메이크로라도 접한 적이 있는데 데즈카 오사무는 리메이크도 접한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붓다>가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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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

 

당신도 한 번 시험 삼아 만화를 그려보시지 않겠습니까.
시작하며, 3p.

 

시사점: 꽤나 인상적인 첫 문구지 싶었다. 어떤 첫 문구나 그렇지만 책전체를 함축점으로 잘 담었다. 누구라도 한 번 시험 삼아 해볼만한 것. 또 할 줄 알으면 언젠가 한 번은 의미가 생기는 것. 겨우 그뿐이라는 산뜻한 첫 걸음이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를 위한 책이라는 걸 말해주고 소위 만화의 신이라느니, 만화 창작법 같은 말에 어깨가 굳어 있을 독자의 긴장을 풀어준다.

 

행동점: 실제로 만화를 그려본다. 무엇이든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는 사실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만화만 아니라 다른 일에 입문하는데도 같은 생각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찰해본다. 좋은 첫문장을 위한 본보기로 삼는다.

자,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면 '뭐야, 낙서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다, 낙서다. 만화는 낙서에서 시작된다.(중략) 낙서는 즐겁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있고, 아무리 그림을 못 그린다 해도 안심하고 그릴 수 있다. 이것이 만화의 본질이다.
제1장 그림 만들기,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해도 괜찮다, 15p.

시사점: 만화의 본질이란 즉 표현의 본질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가 그리고, 쓰고, 만들고 싶은 걸 그리고, 쓰고, 만들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못 그리고 못 쓰고 못 만들어도 안심할 수 있다. 어떤 표현도 거리낄 필요는 없다.

 

행동점: 어깨힘을 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하자. 공개하는 걸 꺼리지 말고, 설혹 꺼려진다면 단지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기뻐하자.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남의 감정보다 내 감정에 충실해야 표현 또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만화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린 사람의 번뇌 비슷한 것들이 발산되곤 한다.(중략) 그 불만은 대부분 세상이나 타인, 정치 또는 자기자신에 대한 불평이다. 또 이런 불평에는 '이렇게 되면 좋을 텐데'라는 자신의 희망이 담겨 있다. 만화는 바로 그런 것을 그린다.
제1장 그림만들기, 만화는 서민의 비평 정신이다, 20p.

시사점: 요즘 들어서 이러한 이야기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를테면 '이세계물', '사이다패스' 운운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그저 재밌어서 보는 것이니 이런저런 분석하지 말라는 요지다. 이는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패배자들의 도피처' 운운하는 일부 분석 때문이라 본다.

 그러한 이야기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나도 불쾌하다. 답을 정해놓고 현실을 그 안에 끼워 맞추려는 기색마저 보이니 오죽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분석과 고찰을 무의미하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엇에 불평하고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이를 들어주고 또 공감해줄 수 있으니까.

 

행동점: 이야기 너머의 사람을 본다. 이야기에 모인 사람들을 본다. 그렇게 지켜보아 그들의 불평과 희망을 발견한다. 희망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아톰의 머리 모양은 내 귀 위쪽 머리가 모델이고, 오차노미즈 박사의 코는 내 코다. 다마 공의 안경 모습도 물론 나다. 다들 내 특징을 조금씩만 나눠 가졌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원을 따라가 보면 다 동일인물이다.
제1장 그림만들기, 자신만의 주인공을 만들자, 96~97p

시사점: 본문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나 이는 소위 캐릭터성에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작품 속 모든 등장인물은 작가의 특징을 조금씩 나눠 가져 다른 가죽을 뒤집어 쓴 이들이다. 때문에 모든 대화는 자문자답이며 깊이 들여다 보면 무언가 하나쯤은 공통된 요소를 지니고 있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나눠 가진 특징을 강조하며 공통된 특성을 잘 얼버무리는 것이 아닐까?

 

행동점: 자신이 가진 특징의 폭을 넓힌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고찰하고 자신의 가진 특징들을 더욱 강조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공통된 요소를 얼버무릴 방법을 떠올린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 공통된 부분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정도.

A, B, C에 각각 뭔가를 그려 넣고 마음에 드는 대사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제2장 아이디어 만들기, 만화 아이디어 문제집, 152p

시사점: 책 안에는 이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다른 문제도 재미 있기에 궁금하다면 한 번 책을 구매해보기를 권한다.

 

행동점: 원래는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적어보려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조금 지나친 거 같아서 할애하겠다. 굳이 힌트를 주자면 같은 침대 안에 있는 건 개, 침대 아래에 있는 것도 개, 커튼 뒤에는 도둑이 있다. 대사도 적고 싶지만 가장 큰 요소라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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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독서노트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해결했다. 바로 두 번째 독서노트를 쓰는 것이다. 한 번 쓰고 말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했는데 어떻게 두 번째 걸 썼다.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여기기로 했다.

 단지 그와 별개로 밑줄을 긋거나 위와 같이 발췌하여 시사점과 고찰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법서인 만큼 '이렇게저렇게'하라는 투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행동점 같은 걸 쓰려 해도 결국 본문의 반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껏 글을 옮겼다가도 결국 지워버린 부분도 조금 있다.

 물론 그마저도 핑계이고 결국은 스스로 생각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어찌 되었든 지금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독서노트는 계속해 볼 생각이다. 반성점은 그 이후에 살리면 된다. 어깨를 너무 무겁게 해서는 발이 느려지고 발이 느려지다 보면 그럼 그렇지 하고 내려놓고 만다. 완벽보다 완성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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