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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 독학은 어떻게 우리의 삶의 무기가 되는가

by noh0058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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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사실 이전부터 독서 노트(내지는 독서 일기)를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던 차에 마침 '쓰세요' 하는 책을 발견한 참에 써보기로 했다. 원래 누가 박차를 가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 책 안에서 말하는 독서 노트와 내가 쓸 독서 노트는 살짝 다를 듯하다. 처음 읽으며 책에 밑줄을 긋고 나중에 그걸 옮겨 적으라는데, 일단 밑줄을 그을 수가 없다. 내 책이 아니라 도서관 책이기 때문이다. 그야 내 책에도 안 긋는 성미긴 하지만 요즘 들어 대부분의 독서를 도서관 책으로 해결하고 있어서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되는대로 속독으로 다시 읽으며 무작정 옮겨 적어 보기로 했다. 작가로선 이게 아닌데 싶을지 몰라도 도리가 없다. 또 기왕 블로그에도 올리겠다 짧은 감평 정도는 적어볼까 싶다.

 모든 책을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많은 책으로 써보는 게 목표이다.

 어찌 됐든 좋은 책을 만났지 싶다. 문체가 간단하고 말을 어렵게 쓰지 않은 데다가 요점만 잘 뽑았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하필 직전에 읽은 교양책이 조금 어려웠던지라 이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해결 방안이나 실천 방안 없이 무턱대고 바꾸라 바꾸라 소리만 지르는 책도 아니고, 작가 자신을 높이며 읽는 이를 낮추는 식의 글도 없다.

 요컨대 써먹기 좋다. 도서관에서 본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장 욕심도 나서 찜목록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책으로 하는 공부의 문제점과 해결점부터 꼬집으며 들어가는 책이니 첫 시작으로도 나쁘지 않다.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이기도 해서 작은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쉬울 듯하다.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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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전략)
독서술이나 도서관 이용술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독학 시스템에서 '인풋' 항목밖에 다루지 않는 것이다.(중략)인풋만으론 아웃풋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인풋의 양이 많아도 추상화와 구조화를 할 수 없으면 '만물박사'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상황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지식 운용은 어렵다.
- 6 페이지, 들어가며

 

시사점: 확실히 읽는 걸로만 만족하는 책이 더러 있다. 특히 도서관을 활용하게 되면서 늘었는데 돈도 안 쓰겠다 별생각 없이 집어 오니 그런 경향이 크다. 어려워 이해가 안 될 때면 껌뻑껌뻑 글자만 쫓다가 뭔가 알게 된 것처럼 된다.

 얼마 전에 글록이란 총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룬 책을 읽었는데, 돌이켜 보면 글록에 관한 잡지식만 늘었지 그에 따른 영향이나 고찰 부분은 재미없다고 훑어 넘겼다. 전형적인 사례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공부만 위한 독서를 했다간 언젠가 책 자체를 멀리하게 될 것 같다.

 

 

행동점: 질보다 양을 추구하자. 요즘 들어 신간 선반에서 제목이나 시놉시스가 눈에 드는 것만 꼽아 오는데 좀 더 신중히 책을 고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단, 취미나 흥미가 더 많이 가는 책은 주저 없이 가져오자. 경도되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한다. 완벽보다 완성(이는 이전부터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이다)이다.

 

<논어>가 쓰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이나 더 전의 일인데 이런 통찰을 접하게 되면 우리의 지성이라는 것이 정말로 진화하고 있긴 한 건지 의문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중략) 역사는 사례 연구의 보고이므로, 자신이 그 사례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26 페이지, 독학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네 가지 모듈

시사점: 논어는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으나 엇비슷한 경험은 몇 번인가 있다. 짧게는 백 년, 길게는 수백 세기가량 떨어진 글(소설도 그렇지만 수필이 특히 그렇다)들을 보면 막상 내가 평소 하는 생각과 별다를 바 없는 것들을 느끼곤 한다. 지성의 진화 어쩌고 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이란 생물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별 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행동점: 묘한 환상이 깨지는 건 조금 아쉬운 일이나 그들이 나와 엇비슷하다면 나 또한 그들과 엇비슷할지 모른다. 그건 즉 다른 시대, 다른 배경의 일이라도 단서를 조합해 그 안에 나를 둔다면 나와 그들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상상력과 공감력, 인간 이해 등에 도움이 될 듯하다.

 

독학을 하려고 할 때 '철학을 공부할까? 아니면 역사를 공부할까?'라는 식으로 장르를 설정하면서 시작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테마'에 맞는 방향성을 찾는 것이다. 테마는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논점이다. 예를 들어 "혁신이 일어나는 조직은 어떤 조직일까?" "기독교는 고뇌하는 직장인을 구원할 수 있을까?"하는 것들이다.
- 50 페이지, 테마와 장르의 크로스 오버

 

만화 외의 교양이나 지식이 마지막에 힘이 된다. 평소의 공부 또한 필요하며 만화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문학이나 과학서, 기행문, 평론집 등의 책과 친해져서 지식을 넓혀야 한다.
- 데츠카 오사무, <만화를 그리는 법>

 

시사점: 한때 내가 추구하던 장르는(물론 이제 와서 덧붙이는 것이지마는) '번역과 창작'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번역 공부, 글 공부 위주로 책이 치우 처졌다. 책장에도 이 당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문장만 다듬어진 것이다. 특히 번역은 담긴 것을 꺼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일본 작품의 캐릭터들이 '모모타로'나 '우라시마타로' 같은 걸 비유로 삼는다던가 작품 전반에 걸친 모티브로 작용되는 경우다. 이럴 때면 이름을 틀리는 건(드래곤볼의 '원기옥'을 몰라 '건강구슬'로 번역됐던 사례를 생각해 보자.) 귀여운 일이고 작품의 해석이 잘못되어 중대한 오역이 발생할 수도 있다. 창작도 별 반 다르지는 않아서 담은 게 많지 않으면 어떤 글을 써도 엇비슷한 게 나오기 마련이다.

 

행동점: 이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테마를(물론 이 또한 덧붙인 것이다) "어떤 게 창작을 풍부하게 하는가?", "어떤 게 풍부한 작품을 완벽하게 번역하게 하는가?"로 목표를 틀었다. 좀 더 정확히는 틀고 싶다. 내가 옮기고 싶은 작가들은 모두 나보다 똑똑하지 않은가.

 내가 다자이 오사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들의 구두닦이라도 하면서 말을 섞을 수 있을 정도는 되고 싶다. 요즘 들어서는 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 또 요즘 곤란함을 겪고 있는 게 일본의 전통 복장 번역 문제다. 이름만 들어서는 와닿지 않고 옮기기엔 더욱 내놓을 게 없다. 관련된 책을 찾아봐야 할 거 같다.

 

크럼볼츠는 이 연구에서 커리어의 80퍼센트는 본인도 예상할 수 없었던 우발적인 사건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뒤집어 말하자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직하게 노력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커리어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대상을 한정해버리면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불러올 기회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경고이다. 크림볼츠의 연구를 보면 성공한 사람은 다양한 만남이나 우연을 긍정적으로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75~76 페이지, 인풋은 단기적 시각으로 족하다

 

시사점: 솔직히 말하자면 우직이 뭘 하는 스타일이 못된다. 덕분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공부는 정말 엉망에 가깝다. 반면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환점이 된 블로그는 정작 친구의 우연찮은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벌써 n년째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되려 우직히하는 것보다 우연에 몸을 맡기는 게 더 쉬운 일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기업 같은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서, A에서 A', A'에서 B 같은 식으로 넘어간 야마하 같은 기업도 이런 케이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단지 입에 맞는 말이라 좋아하는 걸지는 몰라도.

 

행동점: 우연을 즐기자. 좋은 우연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나쁜 우연도. 우연찮게 본 책, 우연찮게 관심이 간 영화, 우연찮게 듣게 된 교양 수업, 우연찮게 보게 된 교수님 등등. 그럼 학교생활도 조금은 형편이 나아질지 모르겠다.

 

직소 퍼즐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그림 전체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독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누적된 독서량이 어느 단계를 넘어 책과 책의 관계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독서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 100 페이지, 관련 분야를 확실히 하고 읽는다.

 

시사점: 교양 관련 서적을 볼 때 좋아하는 요소가 다른 책의 인용이나 소개이다. 이 책 또한 바로 그렇다. 덕분에 위에도 인용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그리는 법'도 구매해버렸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글 도중에 책을 인용하거나 책을 소개하는 일은 누구나 흔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는 위에서 말한 '우연'을 찾는 일이나 책의 연관성을 찾는 일 또한 우리 안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일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행동점: 우리 안에 내재된 일이라면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렵지 않을 터이다. 책에서 책으로 건너가고 이윽고 내가 연계된 책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하자.

 

잡스는 창조라는 것이 '새로운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물 대다수가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 152 페이지, 지적 축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시사점: <포켓몬의 탄생>이란 책에 따르면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창조자 타자리 사토시는 게임을 '동사'로 여겼다고 한다. 이를테면 마리오는 '점프한다'이다. 포켓몬은 물론 '잡는다'이다. 하지만 타자리 사토시는 여기에 '모험한다'를 더 했다. 과거 자신이 벌레를 잡으며 주위를 쏘다닌 것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미루어 보면 조합을 위해서는 먼저 간략화가 필요할 것 같다. 예시가 된 잡스의 아이폰도 그렇다. 카메라도 음악 플레이어도 특화된 DSLR이나 DAP보다는 못해도 가볍기에 조합될 수 있었다. 또, 산에 오르고 벌레를 모으는 건 과거의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임에도 타자리 사토시 이외엔 포켓몬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자신의 과거를 모험하다, 잡는다로, 또 게임 자체를 동사로 간략화하고 조합할 수 있었던 덕이지는 않을까.

 

행동점: 서로 조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을 축적한다. 단지 쌓는 걸로 그치지 않고 간략화하는 버릇도 들이자. 테트리스처럼 잘 맞물릴 수 있게.

 

음악을 배우는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를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전체를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능력은 록이나 재즈도 키울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효과가 높다고 생각되는 클래식 음악으로 설명해 보겠다.
- 231 페이지, 전체 구상의 잘잘못을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시사점: 이 부분은 읽는 순간 오, 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걸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궁금증이란 요컨대 '볼레로는 왜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가?'였다. 이 단락을 읽고 나서 내린 나의 추측은 '기승전결이 그러한 장르와 잘 들어 맞아서 그런 게 아닐까?'이다.

 같은 선율을 다른 악기들이 번갈아 연주하다 이윽고 악기들이 모여 강하게 터트리는 것이 소위 '빌드업'이란 것에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동료들이 한데 모여 강하게 터트린다. 그야말로 클래식계의 어벤저스인 셈이다.

 

행동점: 여러 음악을 듣고 그 안에서 기승전결과 전체적인 맥락을 깨우치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찾은 맥락과 기승전결을 창작에 활용해 본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독학자에게 있어 다시없는 무대가 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콘텐츠가 곳곳에 넘쳐난다. 우리는 과거 독학자들이 짊어졌던 핸디캡에서 자유로워졌으며 자유롭고 유연한 커리큘럼이라는 '독학의 장점'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 266 페이지, 마치며

 

시사점: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손에 든 작은 판떼기 하나면 시간도 공간도 뛰어넘는 무수한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다. 배움이 일상이 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런저런 잡음은 있어도 배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책에서는 목적 없는 배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풋을 해두면 언젠가 쓸 일이 생긴다. 그러니 인풋을 해둘 수 있을 때엔 인풋만 해두라고. 인생의 시기로서 말했지만 하루의 시간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핸드폰이나 컴퓨터는 책보다 딱딱하지 않다. 단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식는 느낌이 든다. 밑줄도 필요 없다. 즐겨찾기나 나중에 볼 목록에 추가해두면 그만이다. 영화도, 음악도, 강연도 많다. 무료이거나 저렴하기까지 하다. 결국은 쓰기 나름인 게 아닐까.

 

행동점: 즐기되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가자. 인상에 남은 글들은 스크랩 또는 즐겨찾기 등을 해두자. 활용할 수 있는 건 모두 활용한다.

 

마치며

 

 독서노트를 얼마나 쓸지 모르겠다. 가능한 많이 쓰고 싶고, 쓸 생각이지만 아무리 느려도 좋으니 못해도 다섯 권은 해보자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종착점이 아니다. 중간점도 아니고 시작을 권하는 책이다.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 마을인 셈이다.

 그런 걸 읽고 번지르르하게 글을 쓰고 하나로 도망 쳐봐라, 굉장히 쪽팔린 일이다. 책의 중간서 말한 교양 있는 체하려, 과시하려 책을 읽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흑역사가 수도 없이 많은 입장에선 되도록 피하는 일이다. 완벽보다 완성, 그런 말을 몇 번이고 되뇌며 한 권 두 권 쌓아갈 수밖에 없다. 아니, 못해도 한 권 정도는 더 쓰자. 원래 이렇게 공공연히 말해두어야 뭐라도 하는 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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