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나가이 카후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0. 28.
728x90
반응형
SMALL

 선생님하고는 약 반 세기 가량의 추억이 있어 이미 보잘 것 없는 글도 수천 장 가까이 적었다. 그 결론을 지금 여기에 두 장으로 요약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선생님은 자신을 무뢰한으로 칭했지만 실은 좋은 집안의 가르침을 받은 신사고 그 가르침과 가풍에 반역한게 카후 문학이다. 선생님은 온후하고 둔한 좋은 성품을 지녀 이것을 선생님 자신을 천하의 대작가로 만든 동시에 또 무뢰한을 자칭하고 다닌 건 전적으로 선생님의 이상한 색정 때문이다.
 예술이란 결국 정욕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명문가와 호색가 사이에 있는 심리적 혹은 생리적 필연의 관게는 장래에 반드시 연구 발표되리라. 단눈치오의 시문, 레니오의 글, 우리 카후 문학도 그 때의 유력한 증거로 인용되어야 하리라. 색정은 본래 생물이 가진 천성의 가장 지고한 것이다. 그런 걸 예술에까지 승화 발산하는 게 인간이란 동물이 가진 능력이나 작용이다. 색정으로 삼라만상, 인사백반을 비추는 게 소위 예술의 본분이다. 구르몽이 말한 것처럼 미학의 중심은 심장보다 좀 더 아래에 있다. 이 인식이 카후 문학을 이해하는 유력한 열쇠이다.
 시문을 마치 부녀를 이야기할 때의 청년마저 이길 정열로 이야기하는 일흔 노인의 검은 머릿결은 내게 위와 같은 걸 떠오르게 한다. 선생님께서 노쇠하셨음에도 더욱 글에 집중하신 결과 자신의 산처럼 쌓아둔 재산은 키치하라 병원에 기부한다느니 하는 항설은 굉장히 재밌으면서 또 전설적이기도 하다. 요컨대 선생님께선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변태가 되어 우리가 올려다 보게 됨 셈이다. 
 생각해 보면 십수 년 전, 선생님께서 자신의 정부들의 사진집을 보며 요즘은 노친네의 쓸쓸함 탓에 아직도 이따금 이걸 봐야 하지만 백 년 뒤엔 전부 모아서 내게 주신다 했었다. 하지만 나는 미움을 받고 중요한 이 사진집도 편기관이 불타 사라져 미녀들의 모습은 전화에 잿더미가 되었다. 선생님의 많은 정과 많은 한이 평생 가길 바란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