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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히라타 선생님의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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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말하고 보니 조금 길다. 어찌 되었든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 대다수는 히라타 토쿠보쿠 선생님이 번역을 맡으셨다. 히라타 선생님은 아직 한 번 밖에 뵙지 못 했다. 하지만 호탕하고, 상냥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는데――요컨대 참으로 왕년의 '문학계' 사람다운, 아직도 산뜻한 선생님이시다. 이런 산뜻한 선생님께서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 대다수를 번역했단 사실은 적어도 내게는 신비하게 비쳤다. 본래 산뜻하단 말에서는 저력을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히라타 선생님의 번역을 보면 디킨스, 새커리, 램, 메러디스, 제임스, 하디, 와일드, 콘래드 등을 망라하고 있다. 나는 번역은 고사하고 그저 내용을 이해하는 것마저, 이 중에 어떤 것에는――이를 테면 '에고이스트'(메러디스)에는 고생을 했다. 그런 걸 이런 산뜻한 선생님이 몇 권이나 번역했단 사실은――어쩌면 히라타 선생님께는 실례일지 몰라도, 솔직히 자백하면 나는 새삼 사람은 겉보기와 다르구나고 생각했다.
 이만한 번역을 하는 건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히라타 선생님처럼 진지하게 번역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믿기로는, 우리 일본인은 일본어 속에 무수한 영어를 섞어 쓰는 주제에 의외로 영국 문예와 친숙하지 못 하다. 왜 친숙하지 못 하는가 하면, 하나는 영어가 보급된 탓에 되려 영국 문예를 경시하는 점이요. 또 하나는 역시나 불행히도 영국은 마침 전세기말의 문예적 중심이 되지 못 했기에 자연스레 영국 문예 또한 등한시되기 쉽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전세기말의 영국 문예가 반드시 색이 바래 있다는 건 아니다. 페이터, 와일드, 쇼, 무어 등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을 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전세기말의 문예적 중심이 아니었다고 해서 빅토리아 왕조를 시작으로 한 역대 영국 문예를 돌아보지 않는 건 너무나도 가벼운 생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실제로一디킨스 또한 그 팽배한 인도적 정신의 영향은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에 이르지 않는가? 만약 영어가 보급되어 있어 영국 문예를 경시하는 것이라면 돌이나 모래가 보급되어 있어 일본 알프를 경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애당초 메러디스, 제임스, 페이터 등의 영국 문예의 봉우리에 매달리는 건 단순한 의미 이해만으로도 어지간한 어학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우리 일본인에게 영국 문예를 소개하는데, 히라타 선생님의 번역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사실 이런 번역이 있기에(원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데이빗 커퍼필드', '찬스', '테스' 등을 어학 교과서에 실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내가 히라타 선생님의 번역을 읽은 건 '허영의 시장'과 '에고이스트'뿐이다. 하지만 읽은 걸 통해 읽지 않을 권하자면 이번 '테스'나 '찬스'의 번역도 필시 훌륭하리라. 본래 후배인 내게는 선생님의 번역을 운운할 자격이 없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선생님의 번역이 세간의 고만고만한 번역과 동등하게 대해지는 건 아니지 싶어 구태여 이 볼품 없는 문장을 심어 보기로 한다. 다음에 히라타 선생님의 용서를 받게 되면 다행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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