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본래 신문 편집을 경험해 본 바가 없습니다만 문예상의 작품은 문예란에 올린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건만 4월 13일 지지신보(시즈오카판)는 문예상의 작품을 문예란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오늘의 자습 과제'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벚꽃잎은 어떤 구성을 하고 있나요?
초등학교 5학년. 화광암은 어떤 광물에서 오나요?
초등학교 6학년. 해조의 효능을 말해보세요.
이는 물론 시일 테지요. 특히 벚꽃잎의 '구성'이란 말에선 어리고 부족하지만 묘한 말임이 분명합니다. 무언가 편집상의 실수일 테지만 앞으로 이런 작품은 문예란에 걸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보잘 것 없는 저의지만 주의 삼아 올려봅니다.
4월 13일 이토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사키 모사쿠 님께
추신. 소생과 같은 숙소에 열두세 살쯤 되는 소녀가 있습니다. 신장병을 앓고 있는지 얼굴이 납처럼 노랗습니다. 보호자도 함께 있는데 어머니라기엔 너무나 닮지 않은 오십 전후의 부인입니다. 소생이 오늘 아침에 문득 응접실로 갔는데 이 존재감 옅은 소녀가 등나무 테이블 위에 올라 열심히 '오늘의 자습 과제'를 읽고 있었습니다. 필시 소녀도 소생과 마찬가지로 벚꽃잎이나 화강암, 바닷물을 머금은 해조를 생각하고 있었겠지요. 이건 결코 억측이 아닙니다. 소녀의 얼굴을 한 번 보면 누구라도 간파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생은 물론 '오늘의 자습 과제'의 작가에 예술적 질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홀한 소녀의 얼굴에서는 말로 못할 행복을 느낍니다. 같은 문필가로서 한 줄이라도 이러한 작품을 써주시길 바라며 만약 또 신문의 문예란에 올릴만한 작품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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