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담과 이브.
작은 남자아이와 작은 여자아이가 아담과 이브 그림을 바라본다.
"누가 아담이고 누가 이브지?"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모르지. 옷을 입고 있었으면 알았을 텐데."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Butler)
둘 목가
나는 어떤 이탈리아인을 알고 있다. 옛 그리스인의 피가 흐르는 어떤 남 이탈리아인이다. 그가 어릴 적, 그의 누나는 그가 암소의 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과 비애에 미쳐 이따금 연못을 찾아 물에 얼굴을 비쳐 보았다. "내 눈은 정말로 암소 같나?" 그는 머뭇머뭇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아, 슬프게도 정말 슬프게도 암소의 눈과 똑 닮았어." 그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장 친하며 또 가장 신뢰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눈이 암소와 닮은 게 사실이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위안의 말을 받지 못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비웃으며 닮은 건 고사하고 아주 똑 닮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비애가 그의 영혼을 좀먹어 그는 무언가를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궤타노, 할머니가 아프셔서 장작 패러 못 가시거든. 그래서 한두 짐 정도 패서 할머니께 가져가려는데 같이 숲에 가서 도와주지 않을래?"
그는 가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해가 지고 시원한 밤공기가 밤나무 그림자서 감돌 때, 두 사람은 그곳에 앉았다. 뺨과 뺨을 마주하고 서로의 허리에 손을 뻗은 채로.
"저기, 궤타노." 소녀가 말했다. "나는 정말로 네가 좋아. 네가 나를 보면 네 눈은――네 눈은" 소녀는 여기서 잠시 말을 어물거렸다――"암소의 눈하고 똑 닮았어."
그 후로 그는 소녀에게 관심을 잃었다. (Butler)
셋 까마귀
까마귀는 공작 깃털을 대여섯 개 가량 주워 검은 깃털 사이에 꽂아 의기양양히 숲속 새 앞에 나타났다.
"어때, 내 깃털 멋지지?"
숲속 새는 모두 그 아름다운 깃털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 까마귀를 숲의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그 축하회가 열렸을 때, 까마귀는 백조와 춤을 추는 박자에 모처럼의 깃털이 전부 빠지고 말았다.
숲속 새들은 바로 술렁여서 그 사기꾼을 찔러 죽이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짜 공작이 유유히 숲에 걸어왔다.
"어때, 내 깃털 멋지지?"
공작은 마치 부채처럼 무지개빛 꼬리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숲속 새들은 모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그뿐 아니라 한 올빼미가 "저 녀석도 사기꾼인가 보다"하고 말하자 일제히 달려 들어 그 공작 또한 찔러 죽이고 말았다. (Anon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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