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일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후쿠마 선생님께 독일어를 배웠다. 후쿠마 선생님은 오가이 선생님의 '두 친구' 속에서 등장하는 F 군이시다. '두 친구'는 당시엔 아직 활자화되어 있지 않았으리라. 적어도 내가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후쿠마 선생님은 평균보다 키가 작은 편이었으리라. 금테 근시 안경을 쓰시고 꽤 긴 콧수염을 기르셨던 걸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후쿠마 선생님께 어떤 친근함을 느꼈다. 그건 선생님이 청년처럼 해악을 즐기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어느 시간에 쿠메 마사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 뜻을 알아 듣지 1 못 하겠나요?"
쿠메 또한 장난으로 맞받아쳤다.
"네, 전혀 모르겠어요. 어떤 뜻이 담겨 2 있는지."
후쿠마 선생님께서는 2학기부터 대뜸 우리에게 Gizycki의 Geradeaus라는 경구집을 가르치셨다. 우리가 새로운 단어에 고민한 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나는 아직도 그 책에 적혀 있던 Staats, haemorrhoidalis란 신비한 단어를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은 아마 평생 동안 내 어두컴컴한 뇌세포의 어딘가에 나무 종자처럼 자라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항상 무언가 우스운 가운데 덧없는 기분도 느껴진다.
후쿠마 선생님이 돌아가신 건 우리가 2학년이 되었을 때였던가 3학년이 되었을 때였던가. 아쉽게도 또렷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일이 주 전부터 지금의 츠네토 쿄――당시의 이가와 쿄와 함께 병문안을 간 건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은 침대에 누우신 채로 단 한 마디 "많이 좋아졌다"고만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나빠진 것일 테지. 실제로 선생님의 사모님께선 얼굴이 밝지 않으셨다.
어느 흐린 겨울날 오후, 우리는 후쿠마 선생님의 관을 이마도의 절로 보냈다. 장례식 법사를 맡으신 건 역시 오가이 선생님의 '두 친구' 속에 나온 '안코쿠지 씨'셨다. '안코쿠지 씨'는 장례식을 마친 후 본당 앞에 선 우리에게 적멸위락의 불법을 논하셨다. "북망산 꼭대기 한 줄기 연기일지니"――나는 이따금 "안코쿠지 씨"께 그런 말을 들은 걸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 그러던 사이 이슬비가 내리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 짧은 문장에 '두 친구'란 제목을 붙였다. 물론 이건 오가이 선생님의 '두 친구'에서 빌려 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우연히 이 문장 속에 두 친구의 이름을 올렸다. 후쿠마 선생님께 놀림 받은 게 꼭 쿠메만 그랬던 건 아니다. 선생님은 어려운 표정을 이가와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도 몰라서 쓰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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