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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창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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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와키 코즈에 씨께――

 우리 집 2층 창문은 반대편 집의 2층 창문과 마주하고 있다.
 반대편 2층 창문에는 백합이나 장미 화분이 다소곳이 놓아져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노란 커튼이 무겁게 내려와 있어 방주인의 모습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 집 2층 창문에는 낡은 팔걸이의자가 놓여 있다. 나는 매일 그 팔걸이의자에 앉아 멍하니 길가의 소리를 듣는다.
 우리 집에도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집 현관에는 전동벨이 달려 있다. 지금도 그 유쾌한 전동벨 소리가 집안에 기세 좋게 울리면 나는 이 팔걸이 의자서 일어나 재빨리 멀리서 온 드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두 팔을 크게 벌린 채로 현관을 향해 걸어가리라.
 나는 이따금 그런 공상을 하면서 멍하니 길거리의 인파가 만드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우리 집을 찾는 손님은 없다. 내 방안 거울에 떠오른 자신만이 항상 내 상대를 해주고 있다.
 한참 동안 그랬다.
 그러던 어느 저녁, 문득 반대편 2층 창문을 보니 노란 커튼을 뒤로하여 매춘부 같은 여자가 서있었다. 척 보기에 혼열아인 듯했다. 붉은 뺨에 눈가를 검게 물들이고 비단 기모노를 입고 얇은 귀걸이를 하고 있다.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보고는 요염한 눈을 들고는 작게 내게 인사했다.
 나는 벌써 몇 년이나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내 방안에는 거울에 비친 나만이 항상 나를 상대하고 있다. 그러니 이 매춘부 같은 여자가 인사했을 때, 나는 상대를 추하다 여기기 먼저 나 또한 눈으로 웃으며 묵례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매일 저녁이 되면 혼혈아 여자는 반드시 반대편 창가 앞에 서서 볼품없는 교태를 부리며 은근히 나를 향해 인사했다. 때로는 화분의 장미나 백합을 꺾어 길거리 너머의 이쪽 창문을 향해 던진 적도 있다.
 그러자 나도 어느 틈엔가 낡은 팔걸이의자에 앉아 길거리 소리를 듣는 게 내키지 않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기다려본들 손님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 나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거울에 비친 나를 상대해 온 것 같았다. 이제 먼 손님만 기다리는 건 관두기로 하자.
 그렇게 매춘부 여자가 인사를 하면 나 또한 반드시 인사를 했다.
 그 또한 한참 동안 그랬다.
 그러던 어느 아침, 내게 온 편지를 보니 모처럼 나를 찾았건만 아무리 전동벨을 울려도 누구 하나 답하지 않아 도리 없이 단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어젯밤 그 혼혈아 여자가 던진 장미나 백합꽃을 밟으며 일부러 현관까지 내려가 전동벨을 확인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동벨 바늘이 낡은 건지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건지 도중부터 끊겨 있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그 노란 커튼 뒤에 사는 매춘부 여자를 알지 못했다면 내가 기다려 마지않던 한 손님은 이 전동벨의 유쾌한 울림을 내 귀에 전해줬을 게 분명하다.
 나는 다시 조용히 2층으로 올라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저녁이 되자 반대편 2층 창문에 비단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나타나 볼품없는 교태를 부리며 은근히 내게 인사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인기척 드문 어둑어둑한 길거리를 바라보며 언젠가 우리집 현관에 설지 모르는 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전처럼 쓸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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