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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개와 피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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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쿠코 씨께 바친다

        하나

 먼 옛날, 야마토노쿠니 카츠라기야마의 기슭에 카미나가히코[각주:1]라는 젊은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여자처럼 부드럽고 그런 데다가 머리마저 여자처럼 길어서 이런 이름을 받았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피리를 잘 불어서 산에 나무를 캐러 갈 때에도 틈틈히 허리춤에 찬 피리를 꺼내서 홀로 그 소리를 즐겼습니다. 그러면 참 신기하게도 새나 동물, 풀과 나무도 피리의 재미를 아는 거겠죠. 카미나가히코가 피리를 불면 풀은 몸을 흔들고, 나무는 살랑거리고 새나 동물은 주위로 다가와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미나가히코는 여느 때처럼 어떤 나무뿌리에 걸터 앉아 하염 없이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푸른 곡옥을 잔뜩 건 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거한이 나타나,
 "너는 피리를 꽤나 잘 부는구나. 나는 줄곧 옛날부터 산속 동공에서 신대의 꿈만 꾸었다. 헌데 네가 나무를 패기 시작한 후로는 그 피리 소리에 이끌려 매일 같이 재미를 보았다. 해서 오늘은 그 답례 삼아 여기까지 일부러 와주었다. 무엇이든 원하는 걸 말해보거라."하고 말했습니다.
 나무꾼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만
 "저는 개를 좋아합니다. 개를 한 마리 주시지요."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거한은 웃으면서
 "고작해야 개 한 마리라니. 너도 어지간히 욕심이 없는 남자로구나. 하지만 욕심이 없는 것에도 감탄했다. 달리 비할 바 없는 신비한 개를 주마. 나는 카츠라기야마에 사는 다리 하나뿐인 신이다."하고 말하며一소리 높게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숲 안쪽에서 하얀 개 한 마리가 낙옆을 걷어차며 달려왔습니다.
 다리 하나 달린 신은 개를 가리키며
 "이 녀석의 이름은 맡아라고 한다. 아무리 먼곳이라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특한 개지. 그럼 나를 대신해 평생 소중히 길러다오."하고 말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져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아주 기뻐하며 하얀개와 함께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또한 산에 올라 별 생각 없이 피리를 불고 있자니 이번에는 검은 곡옥을 목에 건 손이 하나 밖에 없는 거한이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서,
 "어제 내 형인 다리 하나 신이 네게 개를 주었다지. 해서 나도 오늘 네게 답례를 하려 찾아왔다. 무언가 원하는 게 있다면 사양 말고 말하거라. 나는 카츠라기야마의 손 하나 신이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가카미히코가 또 "맡아에 지지 않을 법한 개를 원합니다"하고 대답하니 거한은 곧장 휘파람을 불어 검은개 한 마리를 불러내며,
 "이 개 이름은 날아라고 한다. 누구라도 등 뒤에 태우기만 하면 백 리든 천 리든 하늘을 날 수 있지. 내일은 또 내 동생이 네게 무언가 답례를 할 게다."하고 말하며 전처럼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은 아직 피리도 불지 않았는데 붉은 곡옥 장식을 한 눈이 하나밖에 없는 거한이 바람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나는 카츠라기야마의 눈 하나 신이다. 형들이 네게 답례를 했다 하니 나 또한 맡아와 날아에 지지 않는 훌륭한 개를 주마."하고 말하더니 다시 휘파람 소리가 숲 안에 울렸습니다. 그러자 얼룩개 한 마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왔습니다.
 "이 녀석은 물어라는 개다. 제아무리 무서운 귀신이라도 이 개의 깨물기 한 번에 죽고 말 테지. 하지만 우리가 준 개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네가 피리를 불면 반드시 돌아오지만 피리가 없으면 돌아오지 않으니 그걸 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며 눈 하나 신은 또 숲의 나뭇잎을 뒤흔들며 바람처럼 올라가 버렸습니다.

        둘

 그로부터 네다섯 날이 지난 어느 날입니다. 카미나가히코는 세 마리 개를 데리고 카츠라기야마의 기슭에 자리한 세 갈래로 갈라진 길을 피리를 불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좌우 양쪽 길에서 활을 짊어 맨 두 젊은 사무라이가 듬직한 말을 타고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그걸 보고는 불고 있던 피리를 허리춤에 넣고 정중히 인사하면서
 "나리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두 사무라이가 번갈아 대답하길.
 "아스카의 오오미사마의 두 공주 분께서 귀신에게 잡혀가기라도 했는지 행방불명이 되셨다고 한다."
 "오오미사마가 큰 걱정에 잠기셔서 누구라도 공주님을 찾아오면 두터운 상을 내리신다길래 우리 둘이 그 분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말한 두 사무라이는 여자 같은 나무꾼과 세 마리 개를 비웃듯이 내려보고는 길을 서둘렀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좋은 이야기를 들은 거 같았습니다. 바로 하얀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맡아야, 맡아라. 공주님들의 행방을 맡아라."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얀개는 불어 오는 바람을 향해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그러더니 곧 몸을 한 번 떨고는,
 "멍멍. 큰 공주님께서는 이코마야마의 동굴에 사는 식루인에게 붙잡혀 있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식루인이란 먼 옛날 아마타노오로치를 기른 굉장히 나쁜 사람입니다.
 그렇게 나무꾼은 곧장 하얀개와 얼룩개를 양옆구리에 낀 채로 검은개의 등에 올라 타 커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날아야, 날아라. 이코마야마의 동굴에 사는 식루인에게 날아가라."
 그 말이 끝나지도 않았을 때입니다. 무서운 소용돌이가 카미나가히코의 발밑에서 불기 시작하더니 마치 나뭇잎 하나처럼 검은개가 공중에 날아 올라 푸른구름 너머에 가려진 먼 이코마야마의 꼭대기 쪽으로 일직선으로 날기 시작했습니다.

        셋

 이윽고 카미나가히코는 이코마야마에 도착합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확실히 산의 중턱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려서, 그 안에는 금빗을 찬 아름다운 공주님 한 명이 훌쩍훌쩍 울고 계셨습니다. 
 "공주님, 공주님. 제가 데리러 왔으니 이제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자 어서요. 아버님께 돌아 갈 준비를 하시지요."
 카미나가히코가 그렇게 말하자 세 마리 개도 공주님의 소매를 붙들고는
 "자 어서요. 준비하시지요. 멍멍멍."하고 짖었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여전히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동굴 안쪽을 가만히 가리키며
 "하지만 저기에 저를 납치한 식루인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습니다. 저 사람이 눈을 뜨면 금세 뒤를 쫓아 오겠지요. 그럼 저도 당신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할 거예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빙긋 웃고는
 "제가 왜 고작 식루인 따위를 두려워하겠습니까. 그 증거로 지금 여기서 제가 퇴치해 보이지요."하고 말하고는 얼룩개의 등을 두드리며,
 "물어야 물어라. 이 동굴 안쪽에 있는 식루인을 단숨에 물어 죽여라"하고 용맹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얼룩개는 곧장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번개처럼 으르렁거리며 동굴 안으로 똑바로 달아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피투성이인 식루인의 목을 문 채로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구름에 묻혀 있던 계곡 밑에서 바람이 불더니 그 바람 안에 무언가가 있어서,
 "카미나가히코 씨,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식루인에게 붙잡혀 있던 이누코마야마의 코마히메입니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목숨을 건진 게 기뻐 그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습니다. 이윽고 카미나가히코 쪽을 보더니 걱정스럽게 묻기를,
 "저는 당신 덕에 살았지만 동생은 지금쯤 어떤 꼴을 당하고 있을런지."
 카미나가히코는 그 말을 듣고는 또 하얀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맡아야 맡아라. 공주님의 행방을 찾아라."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얀개는,
 "멍멍. 작은 공주님은 카사기야마의 동굴에 살고 있는 츠치구모에게 붙잡혀 있습니다."하고 주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코를 움찔거리고는 답했습니다. 이 츠치모구모라는 건 옛날 진무텐노 님께서 정벌하신 적 있는 잇슨보시의 악당입니다.
 그렇게 카미나가히코는 이전처럼 두 개를 옆구리에 끼고 공주님과 같이 검은 개에 올라타,
 "날아야 날아라. 카사기야마의 동굴에 사는 츠지구모에게 날아가라"하고 말하자 검은개는 곧장 날아 올라 역시나 푸른 구름 안에 가려져 있던 가사기야마를 향해 화살보다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넷

 그렇게 카사기야마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츠지구모는 아주 나쁘게 머리가 돌아가서, 카미나가히코의 모습을 보자마자 일부러 방긋방긋 웃으며 동굴 앞까지 나와서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미나가히코 씨. 먼길 고생 많으셨죠? 이리 오시지요. 차린 건 많지 않지만 하다못해 사슴 생간이나 곰의 태아 정도는 대접하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카미나가히코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나는 네가 납치 한 공주님을 되찾으러 왔다. 어서 공주님을 돌려주면 문제는 없을 터이나 설혹 거부하면 그 식루인처럼 죽을 줄 알아라"하고 무서운 기세로 꾸지랐습니다.
 그러자 츠지구모는一몸을 한껏 움츠리며,
 "그럼요. 돌려드려야지요. 어떻게 당신의 말에 싫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주님께서는 이 안에 홀로 계십니다. 부디 사양 마시고 안에 들어가셔서 모셔 가시지요"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카미나가히코는 큰 공주님과 세 개를 데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확실히 은빗을 하신 귀여운 공주님께서 훌쩍훌쩍 슬피 울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온 걸 보고 놀라 서둘러 주위를 살피더니 언니의 얼굴을 보고는,
 "언니."
 "동생아"하고 두 공주님께서 달려 나가더니 잠시 서로를 껴안은 채 기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카미나가히코도 그 모습을 보고 따라 울었습니다만 불쑥 세 마리 개가 등의 털을 곤두세우고는,
 "멍멍. 빌어 먹을 츠지구모 녀석."
 "나쁜 녀석이다, 멍멍."
 "멍멍멍. 가만 안 둔다. 멍멍멍."하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카미나가히코가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교활한 츠지구모가 언제 어떻게 한 건지 커다란 바위로 동굴 입구를 고스란히 막아버렸지 뭡니까. 심지어 그 바위 너머서는,
 "꼴 좋구나, 카미나가히코 놈. 이러면 네놈들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말라죽을 테지. 어때, 참 무시무시한 계략이지 않으냐?'하고 손뼉을 치며 웃는 츠지구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카미나가히코도 잠깐은 한 방 먹었다며 이를 갈았습니다만 다행히 허리춤에 피리를 차고 있던 걸 떠올렸습니다. 이 피리를 불면 새와 동물은 물론이요 풀초도 귀를 기울이니 저 교활한 츠지구모도 마음이 움직일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용기를 되찾은 카미나가히코는 소리 짖는 개들을 진정시키며 일사불란히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름다운 음색에 악당인 츠지구모도 제정신을 잊은 것일 테지요. 처음엔 동굴 입구에 귀를 얹고서 가만히 들을 뿐이었지만 이윽고 푹 빠져서 조금씩 바위를 옆으로 치워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이 사람 하나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순간이었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대뜸 피리를 멈추고는,
 "물어야 물어라. 동굴 입구에 서있는 츠지구모를 물어 죽여라"하고 얼룩개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츠지구모는 혼비백산 도망쳤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물어"는 마치 번개처럼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 어려움 없이 츠지구모를 물어 죽였습니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협곡 밑바닥에서 바람이 불어오더니,
 "감사합니다, 카미나가히코 씨.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츠지구모에게 붙잡혀 있던 카사기야마의 카사히메입니다"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섯

 그렇게 카미나가히코는 두 공주님과 세 마리 개를 끌고 검은개의 등에 올라 타 카가시야마 꼭대기서 아스카의 오오미사마가 계신 수도 쪽으로 똑바로 날았습니다. 그 도중에 두 공주님께서는 무슨 생각인지 자신의 금은 빗을 뽑아 카미나가히코의 긴 머리에 꽂았습니다. 하지만 카미나가히코는 그런 걸 알 리도 없습니다. 단지 열심히 검은개를 재촉하면서 아름다운 야마토의 절경을 발밑으로 내려다 보며 하늘을 날아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카미나가히코는 처음 지났던 세 갈래 길 위까지 왔습니다. 잘 보니 방금 전 두 사무라이가 어디선가 돌아왔는지 다시 말에 올라 타 수도 쪽으로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런 걸 본 카미나가히코는 자신의 공적을 두 사무라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졌습니다.
 "내려가자, 내려가. 저 세 갈래 길 위까지 내려가라."하고 검은개에게 말했습니다.
 두 사무라이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모처럼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공주님들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무룩하여 말을 몰고 있자니 대뜸 그 공주님들이 여자 같은 나무꾼과 같이 듬직한 검은개에 올라 타 하늘에서 내려온 꼴이니까요. 보통 놀란 게 아니었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개의 등에서 내려서는 다시 정중히 인사를 합니다.
 "나리, 저는 여러분과 헤어진 후 곧장 이코마야마와 가사기야마로 날아가 보다시피 두 공주님을 구해냈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무라이는 이런 보잘것 없는 나무꾼한테 코가 눌린 셈이니 부럽고 질투 나 속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겉으로는 기뻐하면서 카미나가히코의 공적을 띄어주면서 끝내 세 마리 개의 유래나 허리에 찬 피리의 신비함을 들어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카미나가히코가 방심한 틈에 먼저 소중한 피리를 허리춤에서 뽑더니 검은개의 등에 올라 타 두 공주님과 두 개를 양옆구리에 끼고는,
 "날아야, 날아라. 아스카의 오오가미사마가 계시는 수도 쪽으로 날아라."하고 나란히 소리쳤습니다.
 카미나가히코는 놀라서 곧장 두 사람에게 매달립니다만 그때는 이미 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오래였습니다. 사무라이를 태운 검은개는 꼬리를 만 채로 저 먼 푸른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 후에는 그저 사무라이들이 남기고 간 두 말만 남아 있을 따름. 카미나가히코는 세 갈래 길 한 가운데서 한동안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이코마야마 봉우리 쪽에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더니 그 바람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카미나가히코 씨, 카미나가히코 씨, 저는 이코마야마의 코마히메입니다"하는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또 카사기야마 쪽에서도 바람이 불어오더니 역시나 바람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카미나가히코 씨, 카미나가히코 씨. 저는 카사기야마의 카사히메입니다." 역시나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습니다.
 그렇게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
 "이제부터 저희는 저 사무라이들을 쫓아 피리를 되찾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하고 말합니다. 그러는 사이 바람이 웅웅 울더니 방금 전 검은개가 날아간 방향을 뒤쫓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람이 다시 세 갈래 길로 돌아와 이전처럼 상냥하게 속삭이며 내려옵니다.
 "그 두 사무라이는 두 분의 공주님과 함께 아스카의 오오미사마 앞으로 가서 여러 상을 받고 게십니다. 자자, 어서 이 피리를 불어 세 마리 개를 여기로 부르시지요. 그 사이 저희는 당신의 출세길을 부끄럽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런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중한 피리를 시작으로 금갑옷, 은투구, 공작 깃털이 달린 화살, 향목 활 같이 멋들어진 대장의 장비가 마치 빗속 아지랑이처럼 눈부시게 빛나며 눈앞에 하늘하늘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여섯

 그로부터 잠시 지나 향목 활에 공작 화살을 짊어 맨 채 신 같은 모습을 한 카미나가히코가 검은개의 등에 올라타고 하얀개와 얼룩개를 양옆구리에 낀 채 아스카의 오오미사마의 앞에 내려왔을 때, 그 두 젊은 사무라이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아뇨, 오오미사마마저 너무나 신비한 광경에 놀라 잠시간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카미나가히코의 늠름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카미나가히코는 먼저 투구를 벗고는 정중히 인사부터 합니다.
 "저는 카츠라기야마의 기슭에 사는 카미나가히코라 합니다. 두 공주님을 도운 건 저이며 거기 있는 두 분은 식루인이나 츠지구모를 퇴치하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하고 말합니다
 이제까지 카미나가히코의 공을 마치 제 일처럼 이야기하던 두 젊은 사무라이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 두 사람 모두 얼굴색이 바뀌더니 상대의 말을 가로막으며,
 "이건 생각지도 못한 거짓말이군요. 식루인의 목을 벤 거도 우리고 츠지구모의 계략을 간파한 것도 저희임이 분명합니다"하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가운데 선 오오미사마는 누구 말이 진짜인지 짐작 가지 않아 사무라이와 카미나가히코를 번갈아 보면서,
 "이건 너희에게 물을 수밖에 없구나. 너희를 구한 건 대체 어느 남자냐"하고 공주님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두 공주님은 나란히 아버님의 가슴에 기대며,
 "저희를 구한 건 카미나가히코입니다. 그 증거로 저 남자의 긴 머리에 저희의 빗을 꽂아두었으니 부디 확인해보지요"하고 부끄러워하며 말했습니다. 그 말을 따르니 오호라, 카미나가히코의 머리에 금빗과 은빗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사무라이들도 도리가 없습니다. 기어코 오오미사마 앞에 바짝 엎드려서는,
 "실은 저희가 나쁜 꿍꿍이를 꾸며 저 카미나가히코가 구한 공주님을 저희의 공적인 것처럼 말씀드린 겁니다. 이렇게 자백할 테니 부디 목숨만은 구해주시길"하고 벌벌 떨면서 말했습니다.
 그 뒤 이야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테지요. 카미나가히코는 많은 상을 받은 데다가 아스카의 오오미사마의 사위가 되었고, 두 젊은 사무라이는 세 마리 개에게 쫒겨 저 먼 곳까지 도망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공주님이 카미나가히코의 부인이 되었는지는 너무 옛날이야기라 이제는 확실하지 않은 듯합니다.

  1. 머리 긴 남자라는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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