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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병상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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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병상에서 한가해진 걸 틈타 아무개 잡지의 소설을 열 편 가량 읽었다. 타키이 군의 "게테모노"는 타키이 군의 다른 작품 중에서도 한 층 빼어난 완성도를 지녔다. 아버지에게도, 아들에게도, 풍경에게도, 소박하면서 우아함을 깨트리지 않는다. 수수떡 같은 맛이 있다. 이러한 선명한 수완은 아마 9월 소설 중 제일이지 않을까.
 둘. 사토미 군의 "모깃불" 또한 10월 소설 중 백미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살짝 힘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나, 다른 건 인정적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여전히 교묘함에 마주하고 있다.
 셋. 여행 중 앓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번에도 카루이자와에서 감기에 걸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웠던 건 마침 중국으로 건너기 전, 시모노세키의 여관에 쓰러졌을 때이다. 그때도 단순한 감기였지만 도쿄, 오사카, 시모노세키로 연이어 이동한 참이라 열도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해열제 탓에 손발에 두드러기가 나니 여종은 적어도 매독 환자쯤으로 여겼으리라.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불쌍히 하며 말하길 "주사라도 맞으시면 좀 편해질 텐데요."

 동이 틀 무렵 그을음 올라오는 시모노세키

 넷. 그는 어제 "짧은 문학"을 매도하고 오늘은 기운차게 "꽁트 문학"을 만든다. 그는 필시 건강할 게 분명하다.
 다섯. 오아나 류이치, 카루이자와의 숙소에서 밥을 다섯 그릇 먹고는 여종 앞에 접시를 내놓는다. "여기에 밥을 조금 담아주시겠어요?"하고 말하니 사사키 모사쿠가 "또 먹으려고?"하고 말한다. "아니, 편지 봉투 붙이는데 쓰게"하고 말하니 모사쿠는 더욱 받아주지 않고 "나중에 몰래 먹으려는 거지."하고 말한다. 류이치, 기가 죽어서는 "그럼 김으로 하지 뭐"하고 말하니 모사쿠는 더더욱 받아주지 않고 "하하, 김이라도 먹으려고."
 여섯. 그러고는 당구를 치며 놀고 있자니 한 어린 신사가 왔다. 같이 껴달란다. 그가 우리에게 말 할 땐 "입니다"하는 어미를 쓰지 않고 "야, 거기서 두텁게 맞춰야지"하고 이따금 명령까지 했다. 그런 주제에 원피스를 입은 사사키 부인을 대할 때는 은근히 예를 다하며 말하길 "혹시 사교댄스를 할 줄 아십니까?" 사사키 부인의 남편 즉, 사사키 모사쿠가 "쟤 뭐 하는 애냐"하고 말하길 몇 번이나 당구에서 진 류이치, 곧장 정체를 깨달은 것처럼 말한다. "용돈 좀 쌓아 놓은 볼보이겠지."
 일곱. 카루이자와에는 바쇼의 하이쿠를 적은 비석이 있다. "말까지 새삼 바라보는 눈쌓인 아침의 풍경"의 구가 적혀 있다. 이건 갑자금행 중에 나고야 근방에서 지은 구일 터이다. 그런 걸 왜 적어둔 걸까. 참고로 말하자면 그 외에도 "돌이 나는 건 아사마에서 부는 태풍 탓일까"가 적힌 비석도 있다.
 여덟. 카루이자와의 어떤 골동품점의 영어――"디스・키리노(の, 오동나무)・박스・이즈・베리・나이스."

 아홉. 무로우 사이세이, 우스이 산 위에서 이어지는 묘우기가 험악해질 걸 바라 말하길 "묘우기산이란 산은 생강에 닮아 있는걸."
 열. 열 항목만 쓰려고 했는데 열이 나서 펜을 들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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