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양적으로 나누면 미소와 홍소 두 종류가 있다. 질적으로 나누면 희소와 조소와 고소苦笑 세 종류가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웃음은 희소조소고소를 겸비한 폭성과 같은 홍소이다. 아우어바흐의 움막에 우매한 학생을 터트리게 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홍소이다.
――카알 에밀리우스――
유다
월말 축제라 할 수 있는 "씨 없는 빵 축제"가 다가왔다. 제사장과 학자들은 어떻게 예수를 죽일까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은 백성들을 두려워 했다. 그럼 열두 악마 중 이스카리옷이라 불리는 유다에게 씌우자. 유다가 감람숲을 걷고 있을 때 악마가 그에게 말했다. "예수를 대사제에게 팔아라. 그럼 30장의 은화를 얻을 것이니라." 하지만 유다는 귀를 막고 숲 밖으로 도망쳤다. 또 예루살렘 거리를 헤매일 때, 악마가 그에게 말하기를 "예수를 대사제들에게 팔아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 또한 예수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십자가에 못 박히리라." 하지만 유다는 귀를 막고 예수에게 달려 갔다. 예수가 그에게 말하길 "유다야, 나는 너를 안다. 너는 황야의 사자보다도 강하다. 단지 어린양의 마음을 잊지 말라." 유다는 예수의 말을 기뻐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깨닫지는 못 했다. 월말 축제가 다가와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 악마가 다시 한 번 유다에게 말하기를 "예수를 대사제에게 팔아라. 그러면 그대의 이름은 예수의 이름과 함께 전해지리라. 예슈가 태양보다도 눈부신 빛이라면 그대는 암흑보다도 어두운 공포가 되리라. 그대는 천국의 노예는 되지 못 해도 반드시 지옥의 왕이 되리라. 바빌론의 창부는 그대의 아내가 되고 일곱 머리의 독룡은 그대의 말이 되고 불과 연기와 유황은 그대의 흑단 옥좌 앞에 끊임 없는 향을 일으키리라." 유다는 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눈앞에서 지옥의 장엄함을 보았다. 예수는 곧 유다에게 한 줌의 식사를 주며 조용히 그에게 이르기를, "네가 할 일을 어서하여라" 유다는 한 줌의 식사를 받아 곧장 밖으로 나갔다. 시각은 이미 밤이 되었다. 유다는 대제사장 가야파 앞에 이르러 예수를 그에게 팔겠다 말했다. 가야파가 놀라서 말하기는 "그대는 누구인가. 예수의 제자인가, 혹은 예수의 스승인가." 그건 유다의 모습이 이마는 폭풍우 치는 하늘보다도 어둡고 눈은 불꽃보다도 빛나며 왕자와 같이 행동하였기 때문이리라……
눈
――중화제일의 명요리사 장숙신의 이야기――
눈을 말이죠. 오늘은 눈을 먹어보려 합니다. 무슨 눈이요? 물론 사람의 눈이죠. 그야 눈을 먹지 않으면 사람을 먹었다 할 수 없지요. 눈이란 게 꽤나 맛있답니다. 지방이 있고 식감이 좋죠――네, 뭐 하냐고요? 뭐 탕에 넣는 거죠. 마치 비둘기 계란처럼 흰자와 검은자가 또렷히 드러난 게 야채와 함께 담게 둥실둥실 떠오르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지요? 저 따위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자연스레 침이 고이지요? 그야 칭탕연와나 청탕영단하고는 비할 바가 안 되지요. 그런데 오늘은 그 눈을 뽑아보니――이거 참 저도 놀랐습니다. 도무지 쓸 게 못 되더라고요. 네? 성별이 어떻게 되나고요? 남자죠. 수염이 자란, 프록 코트를 입은 남자지요. 보시죠. 여기 명함이 있습니다. Herr Stuffendpuff. 조금 유명한 남자인가요? 옳거니. 즉 신문인지 뭔지에 의논을 쓰는 인간이겠지요. 그 녀석의 눈덩이가 이거 아닙니까. 자, 벽에 던져도 간단히 깨지지 않죠. 놀랍죠? 보다시피 둘 다 안에 담겨 있죠. 유리 세공 안에 담긴 눈동자에요.
피로
비를 머금은 바람 속에 용기병 사관을 태운 아라비아종 백마 한 마리고 헐떡이며 달렸다. 그때 들린 대여섯 발의 총성이 가도의 적막을 부순다. 그때 백양 가로수 뿌리에 오줌을 누던 한 마리 개는, 마침 옆으로 다가 온 동료 삽살개에게 물었다.
"어때, 저 백마 많이 지친 거 같아?"
"멍청할 정도야. 말만 동물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누가 아니래. 우리를 타면 지구 끝까지도 달려 갈 수 있는데――"
두 개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기사 사관이라도 타고 있는 것처럼 기운 차게 가도를 달렸다.
마녀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붕붕 하늘을 날았다.
그걸 본 세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나이를 먹은 달이었다. 달은 늘 있는 일이라는 양 묵묵히 탑 위에 걸려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닭의 모양을 한 풍향계였다. 풍향계는 놀랐는지 끼릭끼릭 봉 위에서 울었다.
마지막 한 명은 대학교수 Dundergutz 선생이셨다. 선생은 그 후 열심히 마녀가 하늘을 난 게 빗자루가 마녀를 날린 건지, 마녀가 빗자루를 날린 건지 연구했다.
듣자하니 선생님은 오늘날에도 역시나 같은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마녀는 빗자루에 앉아 어젯밤에도 커다란 박쥐처럼 붕붕 하늘을 날았다.
놀이
절벽의 바위 틈에는 한 무리의 양치 식물이 심어져 있다. 톰은 그 양치 식물의 잎 위에서 아까부터 한 마리의 땅거미와 필사의 격투를 거듭하고 있다. 주위가 붙인 별명처럼 엄지 손가락 밖에 안 되는 남자니 거미와 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미는 다리를 펼친 채로 격하게 톰을 향해 들이 닥쳤다. 톰은 그 때마다 몸을 비틀어서는 거미의 배에 일격을 넣고 있다……
그런 게 십 분 가량 이어진 후, 둘은 숨을 헐떡이며 어딘가에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양치 식물이 자란 바위 밑에는 깊은 협곡이 열려 있었다. 한 독룡은 그 협곡에서 백마를 탄 성 조지와 반 나절이나 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상대 기사 위에는 하늘의 가호가 내려져 있으니 독룡도 쉽게는 이길 수 없었다. 독룡은 불을 내뿜고 또 내뿜으며 몇 번이나 말의 안장 위로 튀어 올랐다. 하지만 용의 손톱은 한사코 기사의 갑옷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성조지는 창을 휘두르며 종횡무진 말을 달리게 했다. 경쾌한 발굽 소리, 화려한 창의 섬광, 그리고 독룡이 불꽃 속에서 수없이 나부끼는 투구 아래의 머릿결……
톰은 먼 절벽 아래서 용맹한 성조지의 모습을 보고는 씁쓸하게 혀를 찼다.
"빌어먹을. 저 녀석은 놀고 있잖아."
Don Juan aux enfers
돈 후안은 배 안에서 어두컴컴한 강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낡은 배를 두드려 창백한 불꽃을 일으키는 샤프란색의 높은 물결. 뱃머리에는 큰 바위처럼 오늘도 묵묵히 노를 쥔 오오, 그대! 쓸슬한 샬론!
어느 유령은 먼 물결 사이서 두 손을 높게 들며 배에 올라 탄 손님을 저주하고 있다. 또 어느 유령은 분하다는 양 배가 일으키는 물보라 속에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다. 보라! 저 배 뒤편에 매달린 어느 유령의 듬직한 팔을! 그뿐이랴, 뱃머리에도 샬론의 노에 얻어 맞았는지 거꾸로 잠겨 버린 어느 유령의 두 다리도!
아내를 도둑 맞은 남편의 유령. 딸을 빼앗긴 아버지의 유령. 연인이 붙잡혀 간 젊은이의 유령――이 강에 떠오른 무수한 유령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남자였다. 오오, 우리의 시인 보들레드! 너는 이 지옥 같은 강에 얼마나 무수한 남자 유령이 울고 있는지를 알지 못 했다!
하지만 돈 후안은 냉철히 배 안에서 검을 쥔 채로 향이 좋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수많은 유령을 바라보았다. 왜 그는 이 때도 세속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는가? 그건 유령 속에 미남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령
어떤 헌책방의 가게 앞. 밤. 헌책방 주인은 잠에 들었다. 희미하게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건 근처에 카페가 자리하고 있단 증거인 듯하다.
첫 번째 유령 (꽤나 실망한 듯이 몽롱히 가게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도 헌책방이 한 채 있네. 의외로 이런 곳에는 물품이 갖춰져 있을지 몰라.(열심히 서적을 뒤진다.) 치카마츠 전집, 만요슈 요약 해설본, 키재기, 안나 카네리나, 바쇼 시집――없어, 없어. 역시 없어. 없을 리가 없는데……
두 번째 유령 (역시나 귀찮다는 양 둥실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어라, 안녕.
첫 번째 유령 안녕. 어때, 그 후로 희곡은 찾았어?
두 번째 유령 글렀어. 어느 극장이든 창고행이야. 하는 건 여전히 녹슨 옛늘 극 뿐이고. 네 소설은 어때?
첫 번째 유령 이쪽도 마찬가지로 절판에 가깝네. 이제 내 소설은 아무도 안 읽게 됐나 봐.
두 번째 유령 (냉소하듯) 네 시대도 갔구나.
첫 번째 유령 (감상적으로) 우리의 시대가 간 거지. 애당초 우리가 살았던 건 벌써 50년 전이잖아.
세 번째 유령 (이 녀석은 불을 날리며 유쾌하게 떠올라 있다.) 안녕. 어째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근심 걱정 가진 유령은 별로 유행 안 하는데. 나는 비평가란 직업상 너희의 악취미엔 반대할 수밖에 없는걸.
첫 번째 유령 우리가 기분 안 좋은 게 아니라 네가 유령치고는 너무 밝은 거지.
세 번째 유령 그건 그럴지 모르겠네. 하지만 나는 오늘 밤이 되어서야 겨우 죽은 보람을 느꼈어.
두 번째 유령 (냉소하듯이) 네 전집이라도 나왔냐?
세 번째 유령 아니, 전집은 안 나왔어. 대신 후대에 내 이름이 전해진 것만은 확실해졌지.
두 번째 유령 (의심스럽다는 양) 흐으음.
첫 번째 유령 (기쁘다는 양) 진짜야?
세 번째 유령 진짜고 말고. (책 한 권을 보여준다) 이게 오늘 나온 책이야. 이 책 안에 내 이야기가 5, 6줄 가량 적혀 있지. 어때? 이거라면 유령이라도 들 뜰 수밖에 없지 않겠어?
두 번째 유령 잠깐 빌려줘봐.(열심히 페이지를 넘긴다.) 내 이름은 없나?
첫 번째 유령 이름 정도는 나오겠지. 겸사겸사 내 거도 찾아줘.
세 번째 유령 (의기양양히 혼잣말한다.) 나도 드디어 불후의 사람이 된 거지. 생트뵈브나 텐처럼 말야――불후란 것도 나쁘지 않군.
두 번째 유령 (첫 번째 유령에게.) 네 이름은 안 보이네.
첫 번째 유령 네 이름도 안 보이지만.
두 번째 유령 (세 번째 유령에게.) 네 이야기는 어디 적혀 있는데?
세 번째 유령 색인을 보라고, 색인을. XXXX란 곳을 찾으면 돼.
두 번째 유령 아하, 여기 있네. "당시의 수많은 비평가 중에서 영구히 기억해야 하는 건 XXXX라는 논객이다……"
세 번째 유령 뭐, 대강 그런 느낌이지. 거기까지만 읽으면 돼.
두 번째 유령 겸사겸사 좀 더 읽어봐. "물론 그는 어떤 면에서나 재능 있는 비평가가 아니다……"
첫 번째 유령 (만족스럽게) 그리고?
두 번째 유령 (계속 읽는다) "하지만 그는 영구히 남겨 마땅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세 번째 유령 거기까지만 하지. 나 가야 할 곳 있어.
두 번째 유령 뭐, 마지막까진 읽어야지. (드디어 큰 목소리로) "왜냐하면 그는――"
세 번째 유령 그럼 나 간다.
첫 번째 유령 뭐가 그리 급해?
두 번째 유령 한 줄 남았어. "왜냐하면 그는 시종일관――"
세 번째 유령 (될 대로 되라는 양) 그럼 멋대로 읽으시지. 잘 있어. (불과 함께 사라진다.)
첫 번째 유령 왜 저렇게 당황해?
두 번째 유령 당황할만하지. 자, 이걸 들어봐. "왜냐하면 그는 시종일관 아쿠타가와 류뇨스케의 소설이 나오면 굉장한 악담을 늘어 놓았다……"
첫 번째 유령 (웃는다) 그럴 줄 알았다.
두 번째 유령 불후도 이런 식이면 재해지.(책을 던진다.)
그 소리에 주인이 깬다.
주인 어라? 선반의 책이 떨어졌나. 이거 새책인데?
두 번째 유령 (일부러 큰 소리를 낸다.) 그것도 곧 낡은 책이 될걸.
주인 (놀라서) 댁은 누구쇼?
첫 번째 유령 (두 번째 유령에게.) 엄한 짓 말아. 자 같이 Hades로 돌아가자.(사라진다.)
두 번째 유령 조금은 내 책도 가게에 두라고.(사라진다.)
주인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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