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12년 겨울(?), 나는 어디선가 택시를 타고 혼고도리를 제1고등학교 옆에서 아이소메바시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가로등이 한없이 적어 여느 때나 어두운 거리이다. 그곳에 역시나 자동차 한 대가 내 택시 앞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궐련을 입에 문 채로 그 차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니――내가 탄 택시의 헤드라이트가 희미하게 그 차를 비추는 걸 보니, 그 차는 금색 덩굴 장식이 된 장례식 차량이었다.
다이쇼 13년 여름, 나는 무로우 사이세이와 카루이자와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모래도 습기를 머금은 정말로 조용한 저녁이었다. 나는 무로우와 이야기하며 문득 우리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는 깔끔한 하늘에 검은 아카시아 가지가 깔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가지 사이에 사람의 다리 두 개가 걸려 있었다. 나는 "악"하고 말하며 달렸다. 무로우는 내 뒤에서 "왜 그래? 왜?"하며 뒤쫓아왔다. 나는 조금 부끄러워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다이쇼 14년 여름. 나는 키쿠치 칸, 쿠메 마사오, 우에무라 슈이치, 나카야마토우 사장 등하고 츠키지에서 식사를 하였다. 나는 마룻 기둥 앞에 앉았고 오른쪽에 쿠메 마사오, 왼쪽에 키쿠치 칸――과 같은 순서로 앉아 있었다. 그러던 사이 나는 모종의 박자로 테이블 위의 맥주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맥주병에 사람 얼굴이 하나 비쳐 있었다. 그건 내 얼굴과 똑 닮았다. 하지만 맥주병은 내 얼굴을 비추고 있던 게 아니다. 그 증거로 실존하는 나는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상의 나는 눈을 감은 데다가 살짝 위를 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종업원을 불러 "묘한 얼굴이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키쿠치나 쿠메도 번갈아 내 자리에 와서는 "응, 진짜네."하고 말했다. 쿠메가 말하기를 맥주병 건너편에 놓인 접시인지에 반사된 거란다. 하지만 내게는 어쩐지 흉조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다이쇼 15년 1월 10일. 나는 역시 택시를 타고 혼고도리를 제1고등학교 옆에서 아이소메바시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자 금색 덩굴이 장식된 장례식 자동차 한 대가 다시 한 번 내 택시 앞에 희미하게 나타났다. 나는 아직 그때까지는 앞에 열거한 현상을 연결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 장례차를 본 순간――특히 그 안의 관을 본 순간 무언가가 내게 은밀히 경고하고 있다――그런 걸 똑똑히 느꼈다.
(다이쇼 15년 4월 13일 쿠게누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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