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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홀리데이/일기

[일본 워홀 30일차]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한 번 돌이켜 봐도 될 지점인 오사카 워홀 30일차

by noh0058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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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법칙

 

자네의 법칙이라고 아시나요?

인간의 체감 시간은 나이에 따라 점점 가속화된다는 가설입니다.

그 가설에 따르면 20대까지, 즉 1~20세까지가 인생의 절반이라 합니다.

나중에 노년이 되면 1년을 1.4일처럼 느낀다고도 하고요.

 

그런 걸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벌써 일본 온지 한 달이나 되었으니까요.

별 거 아닌 듯 보여도 1/12.

이런 걸 12번만 반복하면 워홀도 끝나는 셈입니다.

 

마침 오늘 일기는 대단할 것도 없네요.

적당히 흘려 쓰고 한 달치 감상이나 적어 볼까 합니다.

 

 

어제 교무에서 사온 냉동 + 어제 먹고 남은 빵으로 아침을 먹어줍니다.

3개 3분이래서 7개 6분 돌려줬는데 말이죠 ㅠㅠ.

왜인지 몰라도 애가 녹아버렸네요.

 

맛은 그 송사부 고로케라고 아시나요.

거기서 파는 감자치즈볼 맛이 났습니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니 이득이긴 하네요.

 

 

저녁도 어제 사온 것들로 적당하게 먹었습니다.

계란말이 저거 교무에서 사온 건데... 초록색/빨간색이 있었거든요.

이전에 사온 초록색이 영 심심하다 싶었더니 빨간색이 제가 아는 그 다시마키였습니다.

달짝지근한 일본식 계란말이요. 앞으로는 빨간색만 사먹을 거예요.

일본 나갈 때까지 줄곧.

 

그 외에는 하루 종일 작업만 했습니다.

어제 면접 본 회사에서는 내정 연락만 오고 계약서는 아직 안 왔네요.

언제쯤 오려나요, 어떤 일일까요. 바로 일 시작 안 하는 게 좀 신기하긴 한데...

이런 게 일본식인가 보구나~ 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한 달차.

보통 어디서 1년 산다고 하면 한 달차/반년차/9개월차에 뭔가 쓰는 거 같더라고요.

조금 흉내내볼까 합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단지 아무래도 제 상황이 조금 특수하긴 하니까요.

일기 쫓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혼자 온 것도 아니요~.

일도 일본에서 구한 것도 아니요~. 밖에서 뭔가 도전하는 것도 아니요~.

그런 거를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사람과 사람 사이의 힘을 꽤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워낙 천성적으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요.

친구도 별로 없고... 지인도 별로 없고...

하물며 대학생활, 사회생활 같은 걸 해본 적 없어서 누구한테 도움 받으며 살아본 적이 극히 드뭅니다.

있어봐야 피가 이어진 실제 친척/가족들 정도이죠.

 

그런데 워홀을 계기로 들어간 모임에서 사람 사귀는 걸 익히고...

제가 직접 모임을 운영하면서 여러 좋은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임원분이 오사카 온 김에 같이 놀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프리랜서이니 자기PR 겸 블로그 말고 인스타도 해봐라"하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분도 꽤 오랫동안 프리랜서 생활 하셨던 분이라서...

 

또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모임원분의 소개기도 하고요.

진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과분하다 싶을 정도인데 주위에 많은 정보도 주시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면접 본 회사도 그분 소개로 들어간 곳이고요.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로 덕만 보고 있어서 큰일이네요.

 

또 교류회나 워홀 카페 등에서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어 배우는 일본 분들과 직접 만나니

'어떤 걸 어려워하시는구나', '어떤 정보를 듣고 싶어 하시는구나'하고

얼마 전 시작한 일본 블로그 쪽에 좀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항상 옆을 지켜주시는 여친님이나 멀리서 응원해주는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덕분에 내가 인복이 많이 있구나~ 싶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라도 이 블로그의 일기나 인스타 글로도 여러모로 남의 도움이 되는 걸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몇 번인가 적은 적 있지만 워홀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팔로우하고 가볍게 찾아와주세요!

 

 

 

2. 자신감을 얻어 가는 과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언어면에서는 (비교적) 강점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줄창 파온 게 일본어 공부고, 대학도 일본어 전공이고요.

더군다나 밥벌이도 번역이니 언어에 한해서는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믿습니다.

 

단지 역시 실전에서 부딪히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까요.

여행이야 가게 주문 말고는 곤란할 일이랄 게 없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정말 일본에서 생활이 될까?'하는 막연한 걱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여러 난점에 부딪히고 해결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핸드폰 개통하는 일에서 코가 깨지지 않나.

찹쌀을 잘못 사서 찹쌀밥을 해먹지 않나.

화장실이 망가져서 쉐하 사장님에게 연락을 하지 않나.

처음으로 전화로 예약하면서 세 번이나 부인 받지 않나.

10년만에 하는 면접이 일본에서 하는 거질 않나.

 

이런저런 일은 많지만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나아가고 있단 느낌이 들고 있네요.

아마 이번 워킹 홀리데이는 인생사에 남을 큰 성공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생각보다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오면서 걱정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이었는데요.

물론 아직 친구는 사귀지 못 했지만(...), 그래도 많이 마음을 놓은 편입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이 보기에) 친해진 거 같아도 금세 도망 가는 고양이 같은 사람들"

이라 들어 왔으니까요.

 

물론 오사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옆집 아주머님하고는 곧잘 스몰 토크도 나누고~

교류회에서 만난 분들이랑 서로 좋아요도 주고 받고 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다못해 공사장에서도 인부분이 '조심하면서 지나가세요~'하는 거 보면 외려 한국 이상인 거 같기도 하고요.

 

그 외에 카드 결제 문제라든가, 이런저런 인터넷 환경이라던가.

불편한 게 아예 없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한국하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역시 시대가 시대가 보니 호들갑도 조금 섞여 있었나~ 싶기는 해요 ㅋㅋ.

 

4. 덕질하기 너무 좋다

 

본가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덕질하기는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진짜.

 

근처 100엔샵, 다이쇼, 마트만 가도 캐릭터 상품이 넘치고.

길 가다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콜라보를 툭툭 만나고.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중고 굿즈샵이 있고.

한국에서 이럴 수 있었으면 진짜 수중에 돈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 같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 덕질할 게 별로 없다는 거 정도.

조금 여유 생기면 학원 아이돌마스터나 시작해볼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네요.

 

5. 그럼에도 오래 살기에는...

 

워홀 오면서 제법 많이 듣는 말이 '취업으로 바꿔서 눌러 앉는 거야?'였습니다.

또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도 알고요.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한 번도 일본에서 '오래' 살아 보고 싶단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워홀도 솔직한 이야기로 커리어 용도이지 막 엄청 일본! 살아볼래! 하는 감상은 없었어요.

필요하니까 가는 거다... 정도.

 

제가 중학교 때 공부(...이제와서 생각하면 웃기긴 한데 아무튼)한답시고 2ch 번역 같은 것도 했으니까요.

(제 블로그 오래 지켜봐오신 분들은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2ch에 워낙 일본 국까가 많다 보니까 환상 같은 게 다 벗겨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정도.

 

그리고 굳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정도라면 넘어갈 메리트는 잘 못 느끼는 거 같아요.

외려 한국에서 열심히 번역하면서 나 좋아하는 거 많이 퍼트리자! 라는 생각이 강해지는 거 같네요.

덕질이 편한 건 좋긴한데 그건 돈 벌어서 해결하는 걸로 ㅋㅋㅋ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그럼에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워홀은 평생 남을 추억이 될 거 같습니다.

이번 한 달을 겪으면서 정말 또렷히 느끼고 있네요.

 

뭐, 물론 앞날은 모르는 거니까요.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어서 갑작스레 칭얼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걸 이겨내는 것도 어른의 몫이라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도 저의 워홀 일기, 남은 11개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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