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
오늘은 면접이 있는 날.
거의 10년만에 하는 면접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크게 긴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크게 긴장하는 스타일도 아니기도 하고.
원래 하던 일도 있는지라 크게 간절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일본에서 커리어 한 줄은 바랐기에 "가능하면 붙었으면 좋겠네~" 정도로 임해봅니다.
...라는 거부터가 전부 허세일지 모르지만요.
여하튼 시작합니다!
아침은 빈본 파스타.
멘쯔유랑 같이 면을 삶은 후 마요네즈 섞어먹기.
예전에 자취할 때 혼자 해봤을 때 맛있어서 해먹은 건데 말이죠.
어째 오늘은 맛이 영 약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양은 두 배였는데 멘쯔유는 3스푼 그대로 넣었네요...
결국 마요네즈 한 바퀴 더 둘러 먹었습니다.
그나저나 노른자 엄청 예쁘게 담기지 않았나요?
여친님이 나 노른자만 분리할 수 있어 하고 척척 하더라고요.
맨날 해보고 싶어도 자신 없어서 못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덕분에 이쁘게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천천히 나와줬습니다.
면접 약속 시간은 4시. 집에서 나간 건 12시 쯤.
남은 시간은 주변 산책이나 해주려 합니다.
지나가다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 뭔가 보니 콜라보 중이었네요.
상품은 다 품절이었지만... 이렇게 덕질할 요소가 훅훅 들어오는 게 참 즐거운 거 같습니다.
역시 오타쿠로선 놀기 한없이 좋은 나라네요.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여기서 주로 시간을 떼워주기로 합니다.
좌우로 나눠질 정도로 큰 공원이더라고요.
왼쪽은 테니스 코트 위주의 운동 공간, 오른쪽은 일반 개방 공원인 듯합니다.
테니스 하던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요.
생활 체육의 나라!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쪽 공원 끝쪽에 있던 자그마한 신사.
이쁘네요~
오른쪽 공원은 크기도 하고 장식이나 식물들도 이쁘게 심어져 있어서 걷기 좋았습니다.
날이 많이 풀린 덕인지 평일인데도 사람이랑 강아지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구글맵에 장미공원이라 되어 있더니 철이 되면 여기서 피나 봅니다.
그때 한 번 더 와야겠네~ 싶더라고요.
분수도 많고 근처에 오니 많이 시원하더라고요.
이틀 전만 해도 분명 춥다 싶었는데 이번엔 또 더워지는 게 참...
지구온난화가 이렇게 무섭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은 대략 두 시경.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아 있으니 진짜 피크닉 기분을 내보려 합니다.
마침 근처에서 도시락 먹는 직장인도 많았으니까요.
편의점에서 간식을 챙겨 옵니다.
여친님도 스무디 해먹는 거에 꽂힌 모양이라서 같이 구매.
냉동 과일을 기계로 바로 스무디로 만들어주더라고요.
신기합니다.
샌드위치랑 다이후쿠, 스무디.
편의점 물가가 무섭기는 한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겠습니까.
샌드위치는 완전 진짜 편의점맛 그 자체.
이렇게 불량하게 때려줘야 편의점 음식이죠.
그나저나 오늘 날이 너무 좋아서 진짜 피크닉하기 좋은 날이더라고요.
공 가지고 와서 분수에 뛰어 들어 노는 아이들.
텐트치고 안에서 수다 떠는 사람들. 돗자리 펴고 일광욕하는 사람들.
벤치 위에서 나란히 앉아 집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먹는 직장인들.
우와, 정말 봄이 배경인 애니속 한 장면이다 싶었습니다.
다들 어여 놀러가세요!
3시 30분 쯤에는 맥도날드로 이동.
파이 하나로 자리값만 내고 여친님은 작업하면서 면접 대기.
저는 40분 쯤에 회사 근처 건물로 가서 빙글빙글 해줍니다.
그렇게 10분 전에 회사로 올라 가서 면접 개시.
일본인 두 분하고 앉아서 자그맣게 했습니다.
간단히 업무 설명 후 몇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1. 재택근무 희망했는데 이유가 뭐냐.
→ 여자친구를 데려 온 건데 아직 혼자 두기가 좀 마음에 걸린다.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도 계속 하고 싶다.
2. 소개해주신 분하곤 무슨 관계냐. 혹시 번역쪽 일 하면서 만났나.
→ 일본어 프리토킹 모임에서 만나서 소개 받았다.
3. 주 며칠 일할 수 있나요? 주말엔? 야근은?
→ 프리랜서 생활 제법 해서 주말이나 야근은 괜찮다. 4일 정도 일할 수 있을 거 같다.
4. 가장 일찍 일할 수 있는 게 언제냐.
→ 별 달리 일정 같은 게 없어서 바로 일할 수 있다.
5. 일본에는 왜 왔나.
→ 일본 생활을 하면서 일본어의 늬앙스를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생활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걸 번역에 적용하고 싶었다.
(여기부터는 살짝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6. 게임 좋아하시나. 무슨 게임 좋아하시나.
→ 아이돌마스터 좋아한다.
7.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많은데 뭐 좋아하시나
→ 무인(본가) 좋아합니다.
8. 무인? 엄청 오래 됐네... 그치만 무인은 오락실 게임이었잖음?
→ ㅇㅇ... 그런데 저는 PSP로 했어요.
9. 요즘 시리즈 엄청 많던데 ㅎㅎ 그 샤...
→ 샤니마스랑 가쿠마스 있죠.(둘 다 안 해봤지만)
10. 아 그쵸 ㅎㅎ 면접 감사하고요 결과는 나중에 메일로 보낼게요.
그렇게 나와서 시계를 보기에 4시 정도.
10분 전에 들어 갔으니 10분 컷이네요.
어라? 망했나?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 면접관이 다른 면접관분한테 "뭐 이력서 보고 질문하실 거 있으세요?"
"응? 음... 글쎄요. 저는 크게 없네요."하고 끝나버려서요.
저도 "뭐 질문 있으세요?"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기도 했고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재택근무 작업 방식 같은 거 물어봤어야 했는데...!
어찌 됐든 너무 일찍 끝나기도 했고 질문할 거 없는데요가 좀 걸려서 말이죠.
아~ 이건 힘들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안 되면 말지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살짝 신경 쓰이긴 하더라고요.
집 근처로 오는 길에 평소에 환승만 하던 역에서 놀기로 합니다.
면접도 봤겠다 맛있는 거 사먹기로 했거든요.
여기서도 미코가 등장. 콜라보 캔뱃지가 남아 있어서 좀 들여다봅니다.
그 와중에 여친님은 붕어빵 사면 굿즈 증정이라 생각하셨나 보네요.
별도 구매라니까 너무 비싸, 걍 중고샵에서 사고 말지, 라고.
현실적...!!
근처에 이온몰도 있기에 저녁 먹기 전에 시간 때울 겸 구경 좀 했습니다.
짜파게티 만능 소스... 넘 비싸서 손 뻗기가 애매하네요.
한국에서도 아직 안 먹어봐서 맛도 확신이 안 서기도 하고요.
먹어보신 분들은 어땠나요?
이온 스타일은 평범했습니다.
이마트 같은 느낌이긴 한데 교무의 복작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크게 구경할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저녁으로 찜해둔 건 초밥!
몰랐는데 회전초밥 원조가 오사카더라고요?
그 가게가 체인점화 된 데가 있어서 한 번 어떤 느낌인지 보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요즘 일본 회전 스시집들이 죄 배달식이 된 게 너무 섭섭하기도 해서요.
원조라면 아직 그 근본이 남아 있을까 싶었는데...
화요일 휴무였습니다, 에콩.
AAA 스타일입니다 이게.
어디 찾아서 가면 맨날 휴무/사람 많음/폐업이에요.
제가 P인 이유가 있다니까요?
결국 뭐 먹을래? 하던 상황에서 여친님이 스키야 가자 하네요.
지나가다 본 치즈 규동에 꽂혔나 봅니다.
불과 어제인가 스키야 된장국에서 생쥐 나왔다고 난리였죠.
그 이야기도 해줬는데 별로 신경 안 쓰이나 봅니다 ㅋㅋㅋ
하기사 된장국 시킨 것도 아니고 뭐.
여친님은 치즈 규동, 저는 명란 치즈 규동.
명란 치즈 규동은 생각보다 매콤하더라고요.
그래도 규동이 왜 인기인지도 알 거 같았습니다.
평소 외식하면 1인분 가격에 둘이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까요.
먹어서 응원하자요?
어제 쥐가 나왔는데도 그냥 먹고 있다니깐요!!
원래 초밥을 먹으려 했던 만큼 살짝 돈이 남아서 빵을 사러 갔습니다.
일본에서 편의점 빵만 먹다가 빵 가게 빵은 처음이네요.
크게 종류가 다양한 빵집은 아니라서 무난한 걸로만 들고 왔습니다.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교무에서 장을 봐줍니다.
저번에는 금요일에 장봤고 이번에는 화요일에 장 보고 있는 거니까요.
저번 목표였던 '일주일치 끼니 장보기'는 성공한 셈이네요! 예이!
이번에는 일주일 갈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전에 산 게 남아 있기는 한데...
사실 10만원 가량 샀는데도 반찬 산 건 얼마 되지도 않아요.
그놈의 쌀 + 기름 때문에 비싸지.
쌀 5 키로 4만원, 현미 2키로 2만원, 기름 6천원.
실질적으로 장 본 건 3만원어치네요.
일주일 버틸 수 있으려나...
정리하는 와중에 온 메일 하나.
면접 너무 빨리 끝나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채용이네요.
재택이라서 그런지 업무위탁계약, 즉 프리랜서입니다.
(워홀 이력서 쓸 때 처음으로 저 말을 익혔지요 ㅋㅋㅋ)
이걸로 원하던 일본 쪽 번역 커리어 획득!
이렇게만 갑시다요!
사온 빵은 저녁으로 냠냠 해줍니다.
하나씩만 먹고 하나는 장보며 사온 냉동 떡하고 같이 내일 아침 삼아 먹기로 합니다.
저는 프렌치 토스트를 선택...했는데 원하던 그맛이 아니네요.
너무 건강한 맛이에요 쩝. 프렌치토스트는 설탕 팍팍이 맛있는데.
전에 쿠시카츠 뷔페에서 먹은 프렌치토스트가 글케 맛있었는데 말이죠.
......말하는 게 제 명 다 살긴 글른 거 같네요.
생각보다
생각보다 긴장 안 하고.
생각보다 더 노는 데 바빴고.
생각보다 빨리 끝나고.
생각보다 더 걱정하고.
생각보다 더 덜렁이고.
생각보다 잘 되었고.
이래저래 생각했던 걸 초월한 하루였던 거 같습니다.
재택이라 단기 근무로 끝날 수도 있다지만...
그거라도 어딜까 싶네요, 일단 잘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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