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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스모 방송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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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바쇼가 다가왔다. 평소 방송을 듣지 않는 사람도 그것만은 스위치를 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물어보니 방송은 들어도 혼바쇼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방송 자체에 독특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스모 방송의 독특한 매력은 입회하는데 10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 아닐까 싶다. 스모는 좋지만 입회가 길어서 싫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다다미 위에 누워서 반쯤은 책을 읽으며 듣는 느긋함은 야구같이 바쁜 걸로는 느끼기 힘들다. 하물며 바쁜 주제에 일투일타가 직접 승부에 이어지는 고조된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면에 스모는 시작되면 대뜸 승부가 난다. 더할 나위 없는 힘 싸움과 긴장감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일하는 틈틈이 라디오를 듣는 사람에겐 입회 시간이 꽤나 유쾌한 여유가 된다. 혼바쇼를 보러 가면 기분이 온전히 스모에만 향하니 입회의 장황함이 지루해지나 방송으론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편 야구처럼 바쁜 방송은 기교의 여지도 적겠지만 스모 입회 시간에는 방송국 사람들의 실력 발휘가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좀처럼 새롭게 노력하는 기미가 없다. XX야마 3승 3패, XX가와 3승 3패, 비등합니다. 서로 이겨서 별을 남기고 싶겠지요. 그렇게만 말한다. 3승 3패끼리 싸우면 반드시 이런 산술을 가지고 온다.

 함께 3승 3패입니다. 그거면 족하다. 3승 3패라면 비등비등하단 건 아이도 알 수 있고 어느 쪽도 이기고 싶다는 뻔한 이야긴 할 필요도 없다.

 베를린 올림픽 방송에서 여자 평영 예선 때, 중각의 양(아마 그런 이름이지 싶은데)이 굉장히 화려한 녹색 수영복을 입어 다른 선수가 모두 물에 뛰어들어 워밍업 하는 동안 이 아가씨만은 아랑곳 않고 시작점에서 유유히 앉아 수면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런 방송이 있다. 명방송이다. 왜 이런 사실을 보고 눈이 없는 청중에게 전달하지 않는 걸까.

 양처럼 강렬한 개성을 보이는 게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어찌 됐든 선수들에게도 개성이 있을 터이다. 하지만 방송엔 개성이 없다. 개성을 본다는 건 사실을 본다는 뜻이다. 어떤 사실을 보는가. 그것이야말로 기술자의 평생을 건 중대 문제일 터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대할 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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