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이리 3단과 이와타니 사장이 훌쩍 찾아와 도전을 하기에 내가 시오이리 3단에게 이겼다. 이걸 잡지에 실는단다. 정말로 추태이며 수치를 천하에 드러내는 얄팍한 일이다.
내 포석이 너무나 약하고 이십 수 가까이 돌이 뭉치는 마당이니 시오이리 3단도 놀란 듯하여 이기는 것도 미안하다며 약해진 걸 찔러 걷어찬 듯한 바둑이니 나는 도무지 이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 하는 건 거의 오목이나 다름없다. 도무지 이길 수가 없으리라. 나는 전문기사와 승부하면 대개 첫 국은 이기게 된다.
요컨대 내 포석이 엉망이고 초반부터 황당한 돌만 두니까 다들 미안해져 마음이 약해진다. 그럼 대뜸 정강이를 걷어차게 된다. 대개 그런 패턴으로 첫 승부를 가져간다. 2국부터는 돌을 두는 성격을 간파 당하니 미안해하거나 마음 약해지는 법이 없다. 나는 결국 다시 한번 엉뚱하게 둬야만 승부가 된다는 결말을 배울 뿐이다.
나도 7,8년 전에는 제대로 된 선생에게 배운 적이 있으나 전쟁하는 약 3년 동안 달리할 일이 없어져 매일 기원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가마타란 곳은 난전의 용사가 모여 버릇 안 좋고 힘만 쌘 기사들만 있었다. 군수회사 직공 중에는 일급, 이급 정도 두는 자들도 여럿 있으나 대개는 전문가들의 바둑을 흉내 내는 데 그쳐서 그런 사람들만 3년 동안 상대한 탓에 내게는 더 이상 포석도 정석도 없다. 남의 돌을 죽이러 가는 것밖에 모르는 볼품없는 바둑이 되고 말았다. 과거에는 좀 더 품위 있었다.
나는 요번 봄에 문인 바둑 대회서 하루 동안 바둑을 둔 것 이외엔 요 일 년 반 동안 느긋한 기분으로 돌을 쥔 적이 없다.
물론 이 봄에 지독히 지쳐 토요시마 요시오 씨를 찾아 십번기를 두어 줄곧 얻어맞았고 고우즈서 취해 오자키 카즈오와 두어 서로 얻어맞았다. 이긴 건 무라마츠 쇼후 씨가 전부다. 의욕이 생기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바둑의 기질 따위 아무래도 좋았지만 실력만은 확실히 강했을 터이다. 요즘 들어 이렇게 약해진 게 정말로 아쉽기 짝이 없다. 이따금 머리를 식히는 한두 시간에 돌을 쥘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 어찌 됐든 쉬는 틈틈이 연습해서 좀 더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길러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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