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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나의 탐정 소설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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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 적부터 탐정 소설 애호가였는데 일본에서 발행된 거의 모든 탐정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전쟁 덕이었다.

 전쟁 중에는 술도 마실 수 없고 놀 곳도 부족해졌으며 잡지도 폐간되어 소설을 쓸 도리도 없었다. 남는 건 독서뿐이다. 나는 그 시절 '현대 문학'이란 집단의 동인이었는데 이 동인 중에서 탐정 소설 애호가가 모여 범인 맞추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 방법이란 해결 파트를 잘라내거나 실로 봉인해놓고 둘러본 후 범인을 맞추는 것이다. 히라노 겐이 가장 성적이 우수했고 오오이 히로스케, 아라 마사히토는 그리 무서운 적이 아니었으나 나는 범인을 제대로 맞춘 건 고작해야 두 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탐정 소설 작가와 시합하면 이길 수가 없지. 히라노 명인도 겸손을 떨었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에도가와 란포, 키기 타카타로 씨 등도 물론 나야 승부가 안 되도 히라노 겐 쪽이 훨씬 더 범인을 잘 맞추리라.

 이는 작가와 비평가의 근본적인 차이로 작가란 항상 스스로 뭔가를 짜내는 입장이니 공식을 찾아내기보다는 항상 가능성 안을 산책하는 셈이다. 에도가와 란포 씨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고금동서의 탐정소설을 두루 아나 공식으로 받아 들이는 능력은 잃고서 항상 무한한 가능성 안에 있으리라. 비평가는 본래 공식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이며 특히 히로나 명인처럼 계열이니 분류이니 하는 걸 타고 난 특이 체질의 악동은 가능성 같은 괜한 방해물에 휘둘릴 일 없으니 묵묵히 앉으면 딱 맞추듯이 범인을 맞춰버리는 것이다.

 이 범인 맞추기 놀이를 하며 내가 놀란 건 일본 작가 작품 중엔 이 게임에 적합한 작품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미스터리가 주이며 추리는 따라 붙는 정도이다. 하마오 ㅅ시로 씨의 작품이나 '선부가의 참극'은 추리 소설이나 무리수가 많다. 이는 일본의 법률이나 경찰 제도, 풍속이나 습관이 외국과 전혀 다름에도 외국의 방식을 직접 수입해 억지로 짜맞춘 게 파탄의 요인으로 괴상한 녀석을 무작정 상자 안에 담아서 증거 따위와 무관하게 자백시키는 습관을 엄수하고 있으니 명탐정이 나타날 여지가 없을만도 하다.

 내가 추리소설을 애호하는 건 그 추리 때문으로 나는 추리 소설을 게임으로 이해한다. 작가와 독자의 지혜 대결, 게임처럼 그렇다.

 그러니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수수께끼를 푸는 작품은 좋은 작품으로 여기지 못한다. 이를 테면 어떤 독약의 특별한 성질이 열시왼 경우엔 그 성질을 제대로 말해주고 독자와 지혜 대결을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본다.

 그러니 살해 방법 등도 단도로 찌른다, 총으로 쏜다, 때려 죽인다, 졸라 죽인다, 독살한다 등 되도록 단순해야 하며 수수께끼는 복잡한 살해 방식이 아닌 알리바이에 있어야 한다. 또 범인일 법한 다양한 인물을 조합해 하나 같이 의혹이 풀리지 않는 조건을 설정하는 데 주로 수완을 발휘해야지 싶다.

 그리고 해결이 되었을 때, 살인 동기로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낙제점이 된다. 또 그 동기도 진작부터 이야기 안에 담겨 독자에게 전달 되어 있어야만 한다.

 나는 이상의 이야기를 게임 룰로 삼아 탐정 소설을 읽는다. 이러하니 이 견해서 최상급 작가라 여겨지는 건 애거사 크리스티, 다음으로 반 다인, 다음으로 퀸이란 순서로 크리스티는 대개 모든 작품이 페어하며 반 다인은 '그린 가문'이 특출나고 퀸은 'Y의 비극'이 그의 작품 중에선(에도가와 씨께 받은) 추리소설사의 최고봉의 명작이다. 그 외에는 '관광선 살인사건', 오래된 것 중에선 '노란색 방'이나 '루코크 탐정' 등이 잊기 어려우리라.

 나는 메시타 요코미조 씨의 '독문섬'을 애독했는데 우리 독자의 휴양을 위핸 한 때의 즐거운 게임을 제공하는 명작들이 속속 등장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

 나 자신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탐정 소설을 쓸 생각이며 그때는 애호가들과 크게 싸움을 벌여볼 생각이다. 전쟁 중에 생각한 건데 사람이 여덟이나 죽는 긴 스토리며 좀처럼 시간이 없어 쓸 기회를 내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아쉽게도 이것 이외엔 게임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때는 내쪽에서 독자에게 상품을 걸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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