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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십 대 중반에 초단이 되는 듯하다. 이십 대 중반에는 고단자나 준명인도 되어버린다. 그 후로 약해지기만 한다니 스모 선수나 야구 선수와 엇비슷한 모양이다. 그 방면의 천재가 아니고선 대성하기 힘든 듯하나 노나 죠루리, 닌교츠카이 등과 비교할 수는 없다. 예술이 아닌 힘의 연마에 중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바둑 기사와 똑같다고 말한다. 시라는 건 서른 전에 다 써버리는 거라고 말한다. 서른이 넘으면 약해지기만 한다고.
그럼 일본 시인도 바둑 기사와 똑같은 모양이다. 스모 선수나 야구 선수와 마찬가지로 청춘 유희의 하나인 듯하다. 나는 이 판단이 부당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시인 스스로가 그렇게 판단하고 자신의 한계를 훌륭히 보여주며 그 판단에 들어맞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쉰이나 예순 되어서 나이와 함께 인성관조의 깊이를 보여주어 스물이나 서른에 도달하기 힘든 시적 경지를 보여주는 시인이 나타나면 어중이 시인이나 어중이 시론이 일소된다는 뜻이다.
요컨대 이는 시의 본질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며 시라는 말을 둘러싸고 무어라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시인을 자칭해 본들 타인이 무어라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시론이나 소설론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작가는 단지 묵묵히 작품을 쓰면 된다. 그런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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