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달력을 받아 페이지를 넘기며 새로운 해를 생각한다.
이번 달의 역사란 페이지를 읽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런 기분은 일반인은 알아차릴 수 없으며 그게 일반적이나 소설가, 특히 역사 소설을 쓰는 내 입장에선 정말 기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를테면 츄신구라의 원전이 되는 일은 겐로쿠 14년 극월(12월) 14일이란 게 나니와부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태음력이니 오늘날 통용되는 태양력을 통해 보면 아마 내년 1월 십 며칠이 되리라.
오늘날의 태양력은 메이지 정부가 채용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태음력을 사용했다. 그러니 한 달 이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이 사실을 강조하는 건 내가 시마바라의 난을 소재로 삼으려 문헌을 찾기 시작할 적부터로 키리시탄의 문헌은 자료가 일본측과 외국측에 두 종류 있어 일본측의 일자는 태음력이어도 서양측 자료는 태양력을 쓰고 있다. 따라서 사건 발단이 12월에 걸쳐 있는 아마쿠사의 난 따위는 태양력상으론 해를 넘기니 태음력 새해에 아마쿠사의 키리시탄들이 방심할 줄 알고 총공격을 했지만, 키리시탄 입장에선 아무 날도 아닌 평일이라 일본측이 총대장을 전사로 잃을 정도로 큰 손해를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달력에 이르러서도 태음력의 일자가 그대로 태양력의 역사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학자의 허술함과 비과학성도 어지간하다.
단지 기원절인 2월 10일만은 태음력 새해를 태양력으로 역산해 산정했다 한다. 모든 게 이렇지 않고서야 기념일 같은 게 전혀 통용되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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