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에 어떤 과자를 좋아했던가. 지금 떠올리려 하면 도무지 쉽지 않다. 하지만 열 살 쯔음에 요츠야시오쵸 근처서 마츠카제토라는 과자집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시절 찍은 사진 중에 마키센베를 꽉 쥔 사진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몰튼이란 서양풍 과자를 사서 돌아왔다. 그후 근처 친구들도 같은 몰튼을 먹고 있는 걸 발견했는데 그들은 그걸 드롭이라 불렀다. 왜 나만 몰튼이라 불렀는지는 영원히 알 겨를이 없었다.
열일곱 쯤에 내 용돈으로 과자를 사게 되었고 나는 내내 마쉬멜로를 샀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가루 뿌린 오색 피부야말로 옅은 향기와 매끈한 탄력을 품은 채 청춘의 첫 걸음이 품은 향수를 느끼게 했던 게 분명하다.
프랑스서 먹은 과자 중에 내가 가장 먹고 싶다 생각하는 건 브리오슈와 럼 바바, 그리고 마롱 글라세이다.
브리오슈는 카스텔라와 빵의 혼혈아 같은 과자인데 식감이 천하일품이다. 마롱 글라세는 밤을 설탕에 조린 건데 일본의 아마낫토에 해당하리라. 본래 밤은 샤테뉴라고 하는데 요리나 과자에 사용될 때에 한해서만 마롱 즉 '마로니에 열매'라 말하는 모양이다. 마로니에 열매는 도토리처럼 보통은 먹지 않는 걸로 여겨진다.
참고로 일본에서 슈크림이라 부르는 과자는 영국에 가도 프랑스에 가도 그 이름으로 통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슈크림 가져오라 말하면 구두약을 가지고 온다는 개그가 있을 정도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 이름은 아마 프랑스어 슈 아라 크렘에서 온 듯하다. 슈는 양배추의 형태를 하고 있단 뜻이다. 영어 크림은 프랑스어로 크렘, 전치사와 관사를 일본식으로 축약해서 슈크림이란 새로운 말이 생긴 셈이다.
일본에선 단맛파 매운맛파 하면서 술 좋아하는 사람과 과자 좋아하는 사람을 대립시키곤 하는데 이건 이치에 맞지 않다. 럼 바바처럼 술이 들어간 과자도 존재하는 게 이 부조리를 증명하고 있다.
요즘 처남 Y 포병 소좌가 3년간의 파리 주재를 끝내고 돌아왔다. 수많은 선물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나를 문득 흐뭇하게 한 이야기――
Y는 드디어 귀국 명령을 받고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하숙집 사람들은 그가 매일밤 가방문을 열고 닫는 걸 보았다. 어느 날 그 하숙집 여종이 세탁한 옷을 가지고 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소령님! 아직 가방에 자리 있나요?
――흠,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지.
――가능하면 한 곳만 남겨두세요. 제가 소령님 나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요……
Y는 그로부터 몇 개월 동안, 매일처럼 여종의 같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파리를 떠나기 전날이 다가왔다. 그 여종은 한 손에 상자 하나를 공손히 들고서 Y의 방을 찾았다.
――소령님, 이걸 넣을 장소가 있을까요……
Y는 힘을 주어 가방 구석을 밀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밀 수도 없었다. 그런 상자라면 몇 개라도 들어갈 듯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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