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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어떤 비평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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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빌드라크가 수영복을 입은 걸 본 적이 없어요" 사비츠키 부인은 말한다――"저는 또 '쉬고 있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죠……그 사람은 성실해요――하지만 모범 학생의 성실함은 아니었죠. 학교에 가는 건 싫지만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기뻐서 견딜 수 없는 초등학생의 성실함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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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은 더욱이 말한다――'문학가 또는 예술가의 얼굴 중에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추상적인 존재――그건 늘 어느 정도 여성적이고요――가 따라 붙죠. 잘 보면 그건 명예, 조국, 열정, 아이러니……같은 걸로 추상되는 모습이에요. 빌드라크의 경우엔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순 없네요. 아마 형용할 수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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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영화를 보면 눈만 내놓는 검은 마스크가 있죠? 그걸 쓰면 누구나 악역으로 보일 거예요. 하지만 빌드라크는 그러질 못해요. 그는 용서하는 눈, 베푸는 눈, 사랑하는 눈밖에 가지질 못했으니까요――빼앗는 눈, 사로잡는 눈, 범하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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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농민은 과거에 "연민"이란 말을 "사랑한다"와 같은 뜻으로 썼다고 해요. 빌드라크의 예술은 특히 그런 '사랑을 담은 글'과 희곡 사이에서 그러한 늬앙스를 전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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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희곡은 분명 서민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리스트라틱한 혼을 움직이고 있어요. 그는 민중의 지도자도 변호인도 아니죠. 그는 단지 민중의 친구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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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희곡은 건조한 흙이 기다리는 풍부하면서도 평화로운 비의 첫 방울이에요……우리는 오랫동안 청량한 물을 갈구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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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배우를 위해 어떠한 장식도 마련하지 않아요……그와 배우 사이, 배우와 관객 사이에서 어떠한 만남도 중개하지 않죠. 모든 게 직접적이에요……대다수의 관객은 아직 무대 위에서 인간이란 재료가 가진 이해와 감격의 근원, 원활하고 얌전함의 온상을 거의 알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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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을 사도에서 구한다면 완벽한 무대 감독만으론 부족해요. 그 작품에 어떤 풍속미도 주지 않는 작가가 필요하죠. 저희에겐 빌드라크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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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바츠키 부인의 칭찬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나는 이 단평의 간단한 발췌에 한 마디도 덧붙일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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