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는 여자'는 노가미 아키라 군의 첫 희곡으로 나는 작가 본인에게 낭독을 받아 제1막에 이미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곳곳에 산만한 부분은 있으나 어찌 됐든 마지막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건 드문 일이다. 나는 불평하는 법 없이 구제점을 주었다. 그 사실이 작가에게 좋은 일이길 바란다. 문학좌가 중의일결, 이를 상연목록에 올린 것도 내가 거들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이 작품의 힘이란 걸 믿는다. 더더욱 재밌어 질 듯한 연극이다.
어디가 재미있는가. 무엇보다 작가가 연극을 사랑하며 어느 정도 연극이란 걸 알고 있어 무대의 매력으로 만들어질 여러 조건을 잘 음미하여 결코 비루하고 속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오늘날 대중의 관심에 호소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물론이요 대다수의 작가가 그러하듯이 자신의 '취향' 또한 꽤나 강하게 관철하고 있다. 이 '취향'은 자칫하면 관중을 당황하게 만들지 모른다. 이 작가는 어느 정도 성급한 감각 추구자이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인 '꿈을 먹는 여자'란 이미지는 '꿈' 그 자체의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이란 여성 심리의 한 타입처럼 입체화되어 있다. 관찰의 풍부함이 여기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붕괴하는 '집'의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운 각도에서 포착되어 인물의 모습이라 해도 좋을 인상적인 현대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건 작가의 시인 기질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해도 좋다.
두 번째 작품은 한 층 더 깊은 기반 위에 세워질 걸 바라보며 이 작가의 첫 작품이 가진 완성도에 경의를 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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