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바 있어 이 글을 특별히 넣는다)
이 번역은 온전히 자신의 오락으로 했다 해도 좋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끝내는 고속으로, 이래저래 오 년이 걸렸다. 소사쿠겟칸, 분게이슌주, 사쿠힌, 신카카테키분게이, 시, 겐지츠, 신세이넨, 카이조 등 여러 잡지서 조금씩 발표했다.
가장 먼저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소설을 작가 본인이 각색해 같은 제목의 희곡으로 만들었다. 이를 존경하는 친구 야마다 타마키가 7,8년 전 '적발'이란 제목으로 번역해 이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오늘날 르나르의 'Poil de Carotte'는 '적발'이란 번역명으로 통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적발'이란 제목도 물론 좋다고 보지만 본래 번역하기 어려운 제목이니 야마다의 '적발'은 야마다의 전매로 두는 게 좋겠지 싶어 이의를 제기하는 뜻이 아니라 내 뜻대로 번역하겠단 생각으로 '홍당무'라 이름 붙였다. 원제를 직역하면 '홍당무색 머릿결'이 된다.
초판 발행은 1894년, 작가 31살 대의 일이다.
이 소설을 쓴 건 1890년의 일로 한장씩 차례로 잡지나 신문에 실었다. 또 어떤 부분은 다른 형식으로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초판에는 '항아리', '빵조각', '머리카락', '자신의 뜻', '편지' 등의 항목은 아직 담겨 있지 않았다. 따라서 1897판 이후의 게 현재의 완성된 형태인 셈이다.
희곡으로는 1900년 3월 앙트완좌가 상연했다.
영화화는 물론 훨씬 뒷날의 일이나 최근 뒤뷔붸 감독 하에서 발성 영화가 되었고 올해 가을이면 일본서도 개봉될 터이다.
'홍당무'가 작가 본인의 초상인 점은 작가의 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일기 속에서 그는 이 작품에 살짝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루빅 부인의 늙은 모습을 보는 '홍당무' 40세의 심정이리라.
르나르는 이 책을 두 아이, 아들 판덱과 딸 바이(나란히 애칭이다)에게 선사했다. 역자 또한 이 책을 내 두 딸에게 주고 싶다.
쇼와 8년 7월
'고전 번역 > 키시다 쿠니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당무'를 보고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0.31 |
---|---|
'남방화필기행' 서장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0.30 |
신선 창작 총서 간행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0.28 |
신고쿠게키의 '옥상정원'을 보고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0.27 |
'패전의 윤리' 편집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0) | 2022.10.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