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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 테츠조 군은 날카로운 감각의 화가이며 '살아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진 자연과학자이고 심지어 인간의 원시적 모습을 가장 사랑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그 성정과 육체의 특수한 편향 탓인지 소위 '남방'의 흙과 하늘에 끌렸고 이따금 표연함과 주머니 하나를 어깨에 짊어진 채 바다를 건너 붉은 길의 태양을 받아 홀로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방랑 예술가라 부르기엔 너무나 건강한 그의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기괴한 환상이 아닌 신선한 감동이다. 소위 '남방진출'에 뜻을 둔 이들의 얼핏 장엄한 마음가짐보다도 나는 그의 피부와 혈액이 이야기하는 '남국의 냄새'를 더할 나위 없이 높게 산다.
기록의 평가 여부는 꼭 '알린다'에만 있지 않으며 되려 '느끼게 한다'의 깊이로 정해진다. 소식통의 소개가 왕왕 마음에 와닿지 않으며 그의 붓과 별 생각 없이 적은 일기의 단편이 우리 신점령지의 풍물과 인정을 이렇게나 우리 가슴에 새기는 점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공리에 어두워진 시선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맛보는 마음만큼 진실을 움켜쥐기 쉬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아카시 군이 우리집 현관에 서면 나는 야자 바람이 부는 것처럼만 느껴진다.
2602년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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