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번에 키쿠치 칸 씨 및 하타나카 료하 씨의 권유를 받아 신극협회의 갱생 운동에 임하고 다른 제군과 함께 걸맞은 힘을 기르려 한 동기에 대해 세간의 양해를 받아 한 마디 해두고 싶다.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분게이슌주샤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밝혀두고 싶은 건 현재의 배우를 통해 돌아가는 어떠한 극단도 본질적인 신극 운동에 참가할 자격은 없다는 평생의 주장과 얼핏 뒤섞이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에도 나는 평생의 주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착수할 일이 곧 나의 소위 '본질적 신극 운동'이라 생각하는 건 섵부른 판단이다. 말하자면 장래 '본질적 신극 운동'에 들어가기 전의 준비 운동이라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번에 하는 일은 나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하타나카 씨를 시작으로 선배와 친구 제군의 꼬리에 올라 타 일부 일을 담당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나 나로선 단순히 남의 일을 돕기만 한다는 명목에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다.
이를테면 요 일이 년 사이에 수없이 연출을 꾀했음에도 본래 연출자의 역할을 그리 '중대'하게 여기지 않는 나는 오 일이나 칠 일의 공연에서 보여지는 연출자의 기량보다도 앞으로 삼 년이나 오 년 후에 그 오 일이나 칠 일을 제외한 다른 시간과 날짜에 우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새로운 배우' 훈련에 임했는가 그 결과를 세상에 묻고 싶은 바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마냥 배우 양성에만 임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그런 상담은 누구에게도 받지 않았고 지금의 나에게 그만한 자신도 없지만 이번 계획에 대해 내 의견을 내놓는 기회에 나는 그 문제를 제외하여 지금 우리가 '무대일'에 관여하는 건 거의 무의미하다는 말마저 했을 정도이다.
세키구치, 코다카 두 분도 이 점은 깊게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상연 목록에 관해서도 이상부터 말하면 제각기의 포부가 있으나 당장은 '현재의 배우를 써서 약간 무리하게 해야 한다'는 한정된 조건이 있는 이상 넓은 범위에서 우수한 작품을 고를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각본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되려 '각본은 있어도 그걸 연기할 배우가 없다'는 걸 되도록 소리치고 싶다.
그리고 그 외침이 언젠가 모종의 형태로 세상의 극 애호가의 주의를 끌게 된다면 이번 기획도 마냥 무의미하게는 끝나지 않으리라.(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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