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저자와 나는 일면식이 있을 뿐으로 그리 깊은 관계는 아니나 이전부터 주위에서 배움이 많고 행동력이 있다는 평으로 자자하단 건 들어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이 책을 출판하면서 내게 서문을 맡기고 싶단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역할을 허투루 물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의 초고를 읽어보고 보기 드문 내용이라 느꼈을 뿐 아니라 벽지의 교사 생활이 어떤 건지 아는 나로선 이런 작업에 힘을 들인 저자의 정신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야생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재미와 실익은 새삼 논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아마 앞사람이 남긴 업적 덕에 정통한 지식을 갖췄음에 분명하나 그와 별개로 자신이 놓인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생생한 동물 세계의 갖은 습성을 단순히 순수한 과학자의 연구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도려 동심이라 해도 좋을 친근한 태도로 어렵지 않게 말하는 점이 내 관심을 끌었다.
원숭이, 사슴, 곰이라고 제목에 오른 것도 신슈라는 산지의, 또 그 산 깊숙한 곳의 풍토기의 맛을 곁들이며 가장 아이들이 호기심을 품고 있는 애교 있는 동물들이란 점에서 저자의 노림수를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노림수는 확실히 성공했다.
나도 잠시 신슈에 산 적이 있으며 지금도 죠슈의 산속에서 일 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책 덕에 배우게 된 게 많으며 또 이러한 동물들에게 새로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산속에서 생활하는 걸 볼 기회는 없을 듯하니 하다못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동물원에 가볼 생각이다. 분명 우리 안 그들은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모른 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적당히 무언가를 먹고 있으리라. 그 얼굴을 보는 게 벌써부터 기대된다.
1951년 10월
아사마산 기슭에서 키시다 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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