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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38년의 여성은 이렇게 살라!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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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별이 일어나는 동시에 각 부인 단체의 활약이 눈에 띄게 되었다. 아무개 부인회에 발을 걸친 부인들이 출정 병사의 맞이와 배웅, 위문을 위해 발품을 파는 건 부인의 국가적 자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부인이 해야 할 일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걸까.

 이번 같은 큰 사변에 마주하면 여성도 눈앞의 힘에 떠밀려 이에 적응하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하지만 지금 환경을 따르면서도 장래에 확실한 눈길을 줬으면 한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반 년 또 일 년 혹은 그 이상 계속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딱 잘라 말하면 사회가 어느 정도로 문화적 후퇴를 이루는가. 이는 모두가 여성의 책임인 건 아니나 여성이 총부리 뒤를 지키는 커다란 힘인 이상 그 각오 여부에 따라선 크게 바꿀 수 있는 문제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특히 여성이 문화적 방면에서 자각을 갖고 노력해 주길 기대하고 싶다.

 직접 정치나 경제 방면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건 남성으로 실생활도 그쪽 방향으로 끌려가는 일이 많다. 이 남성의 약점이라 해도 좋을 것을 여성 특유의 절묘한 조절로 리드해 줬으면 한다. 이 강약 조절이 문명사회를 고도의 것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과 같은 문화의 위기를 낳은 원인엔 가까운 것과 먼 것이 있다. 가까운 원인은 방금 말한 것과 같으나 먼 요인은 요컨대 일본 사회 제도의 결함이라 해도 좋다. 의회제도가 부패하고 관료는 독선주의에 빠졌으며 지식층은 서서히 대중과 멀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사회 풍조가 문화를 위기에 빠트리고 거기서 또 새로운 민중의 불행이 시작되리라.

 이건 그야말로 남자의 책임이다. 출세지상주의를 목표로 한 남성의 컬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태연히 위기에 빠진 일본 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건 남성 중에서도 얼마 안 되는 지식인 층, 또 그중의 양심적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도무지도 여성의 협력과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

 직접 싸우거나 정치와 경제면에서 연결고리를 가지지 않는 여성도 이번 사변으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출정자나 전사자를 겪고, 직간접적으로 얻기 어려운 체험을 얻었지 싶다. 이 생생한 경험을 얻은 여성들은 아마 자연스레 이제까지보다 더욱 깊은 자각을 가지게 될 테지. 하지만 그 자각을 깊고 들이기 위해서도 여성은 자발적으로 사변 성질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국가주의적 입장만 아니라 개개인의 사회적 생존이 가진 의의란 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사별 결과가 일본에게 유익함을 바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게 인류 전체의 행복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또 전쟁에 이겨 정치상 경제상 일본이 유리한 입장을 얻더라도 또 동시에 사회 문화가 후퇴해선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국민의 교육 정도나 취미 수준이 저하된다던가 도덕이 낡은 시대로 되돌아가는 일이 있어선 국가로선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이 되리란 걸 이번 일을 기회로 머리에 잘 새겨뒀으면 한다.

 이를 눈앞의 소동에 말려들어야만 하는 남성에게 강요하느니 아직 직접적 이해에 휩쓸리지 않는 여성에게 조용한 마음으로 생각해두길 바라야만 한다.

 아마 올해 중에 전쟁이 끝날지 오래갈지 판단이 설 듯한데 어느 쪽이든 싸우는 상대는 중국 군벌 정부지 민중이 아니다. 이는 지금도 크게 소리치고 있으나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일본 민중 안에 심어질 적개심은 부정할 수 없다.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데 여성의 힘이 크게 필요하단 건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여성은 허투루 사변 소란에 휘말리지 말고 평정을 지켜줬으면 한다. 올해 중에 올지 몇 년 후에 올지는 몰라도 어찌 됐든 찾아올 다음 사회, 전쟁이 끝난 뒤의 사회에서 문화를 지켜보며 평화를 기다리는 자각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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