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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쿠보타 만타로 씨 저 '낚시터에서'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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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쿠보타 씨의 다섯 번째 희곡집이다. 확실히 숫자를 세어보면 그렇다. 그럼 왜 이리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가. 희곡계의 대선배가 오늘까지 극작의 펜을 들어 왔음에도 양으로 따지면 겨우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은가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옛날부터 쿠보타 씨의 작품을 애독했다. 그 독특한 시적 경지도 그렇지만 가장 먼저 감탄한 건 쿠보타 씨의 희곡이 그 누구보다 서양 근대극의 전통의 혼연한 모습을 일본적 표현 속에 살리고 있단 점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일본에서 처음으로 심리와 분위기 극을 만들고 심지어 소위 문학 정신에 통하는 극적 문체에 새로운 견본을 보여준 셈이다.

 쿠보타 씨 본인이 말한 것처럼 '작품에도 행운과 불운이 있다'는 듯하다. 걸작이란 게 꼭 좋은 평가를 받는 법은 없다. 쿠보타 씨의 작품을 통독하면 내 취향 상 오히려 우수한 단편이 많은 듯하나 역시 '오오데라 학교'에 이어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가는 해'는 역작인 동시에 걸작 중의 걸작이다. 잡지에 발표되었을 때엔 누구라도 그만 허둥지둥 읽는 탓에 쿠보타 씨의 희곡이 가진 리듬을 따라가지 못하곤 한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음색을 구별하기 어렵다. 구성도 뛰어나가 특히 전매특허인 심리의 쌓아 올리기가 아주 신선하여 숙련된 배우의 연기로 무대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게 나 하나만은 아니리라.

 "내리는 눈"은 올해 2월, 가부키좌에서 신파가 했다. 보기 드문 일이나 역시 나는 보러 가지 않았다. 신파로는 조금 아닌 거 같다.

 "모즈야 슌킨"이란 제목으로 타니자키 씨의 유명 소설 "슌킨"을 희곡화한 게 실려 있다. 이는 하나야기 쇼타로의 연기를 보았다. 각색은 타니자키 색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나 그건 당연한 이야기로 하나야기의 슌킨만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그 외 '맑음', '매정한 사람', 그리고 '낚시터에서'는 쿠보타 씨의 작품 중에서 조금 독특하여 어라? 하고 생각한 사람도 있으리라. 토모다 쿄스케가 노인 나오시치를 훌륭히 소화해낸 게 벌써 1,2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희곡집의 '후기'를 읽고 나는 더더욱 쿠보타 씨가 가진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부럽게 여겼다. 이 긍지는 쿠보타 씨의 양심적인 작가 생활의 뒷받침이 되는 동시에 그 작품 성과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투과하는 것이며 그점에서 쿠보타 씨의 명인 기질을 볼 수 있기에 우리는 도무지 자신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어진다.

 쿠보타 만타로 씨는 아마 현대 작가 중 가장 오래 후세에 남을 작가 중 한 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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