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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아사마산' 후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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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과거에 잡지에 발표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엮을 때 대개 한 번은 주저하게 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대다수의 작가가 그럴 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면 자신이 쓴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두고 싶단 욕망도 없지는 않으니 일단 손을 보고 목차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걸로 몇 번째 희곡집을 내고 있는 셈인데 아마 이번만큼 내용 취사에 망설인 적이 없다.

 왜냐면 나는 요즘 들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으며 그것이 '시도'로선 상당히 역할을 다 해내고 있으나 완성도면에서는 순수함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 특히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 일종의 '어색함'이 눈에 띄어서 정말로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걸 넣지 않자니 내가 근래 해온 일이라는 명목이 무색해진다.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그 두세 개를 더하기로 결심했다.

 "아사마산"은 당시 어떤 곳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내가 극장측의 희망을 받아 '현재의 직업 배우'를 염두에 둔 채 쓴 작품이다. 하지만 현재의 직업 배우를 염두에 둔다는 건 그 역할을 머리에 두고 인물을 만드는 것만 아니라 현재의 관객층에게 전해야 할 내용 및 형식의 선택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는 것이며 또 직접적으론 그러한 배우가 가진 '연기 전통'을 고려하여 인물의 심리, 성격 형태, 대사 용어 등에서도 되도록 무리함이 없어야 했다. 그 결과 각본 그 자체에선 신선미가 떨어졌으며 종래의 무대적 향기가 뿜어져 나와 그걸 덮기 위해 되려 딱딱한 '문학성'이 혼입되어 버렸다. 작가가 미숙한 탓에 벌어지긴 일이나 토양을 잘못 택한 슬픔도 있다. 단 이 시도는 무의미하게 끝나진 않았다. 내게 같은 시도를 단념시켰기 때문이다.

 "서문"은 이 또한 당시의 '후기'서 단언한 것처럼 '희곡의 형태를 빌린 라쿠고'이며 말하자면 좌담으로 읽어주면 고맙겠다.

 "신경질 구슬" 및 "소리의 세계" 두 작품은 하나 같이 희곡 아니고선 드러낼 수 없는 감각의 영토를 건드렸다 생각한다. 작품의 모티브는 하나 같이 사사로운 즉흥에 불과하나 이 또한 하나의 '연습곡'으로서 기억 구석에 남겨두고 싶다.

 "우시야마 호텔'은 이미 요전 번 작품집에도 실었으나 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해 별개 원고로서 재록했다. 수정을 했다 해도 주로 방언을 읽기 쉽고 알기 쉽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이 작품은 아마쿠사의 방언을 그대로 썼는데, 그게 좋았단 사람과 그게 싫었단 사람이 반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싫었단 사람 중엔 결국 쉽게 읽지 못 해서 그런 거란 사람도 있는 듯하니 방언의 효과를 지켜내는 범위 안에서 조금 손을 본 것이다. 귀라 들으면 어느 정도 알 법한 정도의 방언이라도 문자로는 잘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상연할 경우엔 되도록 앞전 번 원고를 써줬으면 한다.

 "개는 사슬에 묵지 말라"는 이 또한 작년 발매한 상연희극집 안에 담겨 있으나 근래 쓴 희극 중 약간 대표적 성격이 있다 믿고 있기에 근래 작품의 선정집인 이번 책에도 실어두기로 했다. 이 희극은 곧장 직업 배우의 손을 거쳤는데 이 또한 오늘날의 상업 극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운을 주의에 맡기는 남자"――이는 본래 통속 잡지의 글로 쓴 것이기에 희곡으로서의 야심적인 시도는 조금도 없으며 테마도 상식적이고 분위기도 정말로 추하다. 단지 의외로 술술 말장난이 튀어나와 스스로도 당황했던 작품이다. 이거라면 어떤 배우가 해도 구경꾼이 웃으리라 본다. 일단 현대 라쿠고의 한 견본으로 읽는다면 여흥으론 충분하지 싶다.

 "마마 선생과 그 남편"은 결코 만족스럽다곤 못 하나 내가 내딛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쇼와 7년 3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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