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시절부터 창작의 명을 받았으나 대여섯 번 모종의 사고가 벌어지거나 혹은 시일이 부족한 등해서 한 번도 책무를 다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동인 중에 이름을 두는 게 굉장히 안 맞는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동인서 사퇴하라는 권고를 받기 전에――다른 걸 제쳐두고 뭔가를 쓸 생각이다.(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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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란에 자기 이야기만 써선 혼날지 모르나――
작년은 반 년을 고스란히 병상에서 보냈다. 이제까지는 병으로 눕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어 자신의 공상벽을 만족시키는데 가장 형편 좋은 일이었으나,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끝없이 강박관념에 쫓겨 말하자면 병을――적어도 병으로 누워 있는 동안을――이용할 수 없었다. 그런 데다 신경이 무서울 정도로 지쳐 있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 테지. 할 말이 없다. 이는 하찮은 일이라기 보다 성가신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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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의 기사를 쓰란 말을 들었는데 이 역시 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구전필기를 시키면서 자신이 하는 말을 스스로 생각하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이다. 요컨대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생각하는 멍청함을 새삼스레 통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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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디오로 졸작 '종이 풍선'이 방송되었다. 나는 이를 듣기 위해 평소 자는 방에서 선반 위 라디오가 자리한 방까지 자리를 옮겼다. 라디오로 각본 낭독을 듣는 건 이게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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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극의 전문적 고찰은 별개로, 연출자가 그 희곡을 이렇게 해석했구나 하는 점만으로도 크게 배울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밖에 낭독되지 않으니 그런 식으로 밖에 쓰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이상 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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