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이가야마 세이조 군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6. 20.
728x90
반응형
SMALL

 12월호의 본지('극작')에 게재된 이가야마 세이조 군의 역작 '단지 한 사람'을 지금 막 다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가야마 군은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많이 컸네'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가야마 군이 어제까지 참으로 자랑스럽게 쓰고 있던 '빨간 모자'를 어느 틈엔가 벗어던지고 조용히 의자 위에 '선좌'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로 듬직해 보입니다만 살짝 놀래켜 마루 위를 걷게 하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이는 결코 나의 나쁜 장난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갸아마 군이 정말로 혹은 영원히 그 '붉은 모자'를 벗어낼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작품을 쓰면서 마지막까지 필력과 공상이 거침없었던 건 대단하다 해야 합니다. 살만풍 서정시는 이가야마 군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죠. 대화도 그만큼 해냈으면 충분할 테지요. 단지 제가 이 작품의 근본적 결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상징적으로 취급해야 하는 주제를 하염없이 감정의 논리화로 쫓아 현저한 인상의 혼란을 부르고 있단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제각기 인물을 이상화하면서 그 심리적 과정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이라는 모순이지요. 이는 결국 이가야마 군의 극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두 흐름이 처음부터 갈라져 두 길에 이른 게 원인이라 해야 할 테죠. 이건 반드시 하나가 돼야만 하며, 희곡이 '태어날' 때에는 저절로 그렇게 되지만 '만들' 때에는 저도 모르고 병행한 채 끝나버린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가야마 군의 정진에 경의를 표합니다.(1933년 1월)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