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는 그녀를 얻었다.
S코가 태어났다.
그는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녀는 기다렸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섯 번째 봄이 왔다.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업어줘.
S코는 곧잘 꿈을 꿨다.
S코는 그녀에게 손을 끌려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그녀의 오빠가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K 삼촌은 조용히 S코를 안았다.
K 삼촌은 눈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S코는 울지 않았다.
그해 여름――
S코는 디프테리아를 앓았다――세 번째 접종.
S코는 어머니의 '가슴'을 쥐고 조용히 '벌이 따끔하길' 기다렸다.
K 삼촌은 S코보다 먼저 울었다.
무서운 어느 날――집벽이 무너졌다.
등나무 선반 아래에 S코의 침대가 옮겨졌다.
어머니는 S코의 맥을 짚었다.
어머니의 손은 벌벌 떨렸다――사과 하나가 잔디밭을 굴렀다.
S코는 홀로 웃고 있었다.
작년 가을――
S코는 또 늑막염을 앓았다.
병원에서 한 달을 보냈다.
"인형 두고 왔다……"
인형을 병원에 가지고 가자 S코는 고개를 돌렸다.
――지금 데리고 오는 건 싫어……
그리고 또 눈물을 터트렸다.
K 삼촌은 S코 엄마한테 말했다.
"조심해라, 애가 좀 히스테릭하네."
S코는 남자아이를 바보 취급했다.
S코는 곧잘 혼자 놀았다.
K삼촌은 S코의 어머니한테 말했다.
"저렇게 둘 거야?"
K 삼촌은 의자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S코가 가만히 다가왔다.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오면 어떻게 할 거야?
K 삼촌은 책을 덮었다.
――가야지.
――엄마는?
――엄마도 같이 가야지.
――흠……나 혼자 있는 건 싫은데.
K 삼촌은 S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S코는 홱 등을 돌려 나갔다.
툇마루서 눈을 닦았다.
S코는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쓸쓸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
S코는 일곱 살 그녀는――어느 틈엔가 어머니의 슬픔을 슬퍼하는 소녀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S코를 위해 털실 옷을 짜주었다.
S코는 그 옆에서 인형 옷을 짰다.
K 삼촌은 멍하니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내일은……
어머니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S코는 올해부터 학교에 간다.
S코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대로 쑥 자라리라.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와 만났다.
그는 S코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걸 잊고 있었다.
그는 의논을 했다.
그녀의 오빠는 그를 몰아붙였다.
S코는 어머니의 무릎서 뜨개질을 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파리가 날아다녔다.
S코의 눈은 쓸쓸한 분노를 머금고 있었다.
S코의 아버지는 떠났다.
S코는 어머니의 목에 안겼다.
화로의 재가 날렸다.
K 삼촌은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이거 봐라, 삼촌 손톱 크지……
――어머, 크기도 해라, 그치 아가……
S코는 곁눈질로 그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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